조개탄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3/11/27 03:17 | inureyes
20031126. 동문회.

"그러니까 사실은 소심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냐.
언제더라. 1학년 2학기때 그걸 알아버렸다구."
"뭘 알아?"
"그러니까, 감정은 생겼을 때는 행복하거나 마음아프거나 그러지만
조금만 기다리고 나면 흐릿해지고 기다리면 괜찮아지니까.
어 너무 일찍일수도 있지만 그걸 알아버려서 그래서 그냥 바라보다 임자 생기면 잊어버리겠지 하고 말고 이런거라고."
"......"
"어이 인상 너 바보냐."
"갑자기 왜?"
"넌 조개탄으로 밤새 방을 데우고 싶은거야? 아니 그게 데워지기는 하는거냐"
"무슨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조개탄으로 연탄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평생 연탄에 불을 붙일 수는 없을거라구.
자신의 느낌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짐작해서, 아니면 이렇게 있으면 잊어버리겠지 해서
그렇게 넘어가겠다는거군."
"호오. 괜찮은 비유."
"전에도 말했지만, 헌이가 사실 그 때 조금만 더 가만히 있었어도 전혜진하고 사귀게 되진 않았을거라구."
"아아, 그래서?"
"그런 식으로 어떻게 살아 가겠다는 거야?"
"그러게."
"미래같은걸 예측해서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야."
"구공탄을 바라보면서 저 작은걸로 방을 데울수 있을까 생각하는거
당신이 이상한거야. 구공탄 조개탄은 그걸 태워서 따뜻해지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구. 아니면 한번도 연탄에 불을 붙여서 밤새 방이 따뜻해지는걸 생각해 본 적이 없든지."
"그래 차라리 아예 그런 생각이면 아무하고나 많이 만나서 사귀고 헤어지고 그러던가."
"어차피 만남에서 짧은 연소 후의 끝을 내다보는거라면 그러기라도 하라고. 내 생각엔 바보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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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7 03:17 2003/11/2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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