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셨다. 거의 만 킬로미터를 떨어진 거리인데, 소통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어머니랑 동생이랑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고 스카이프로 전화하는 시대이다. 통신에 관한 무엇인가가 변하였다. 본질은 동일하지만 더 쉽게, 더 즉각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생물의 진화 과정을 연상케 한다.
정보확산이 일어나는 경로의 발달은 신경계의 진화 과정과 굉장히 유사하다. 역사 속에서 족적을 남긴 모든 국가는 적정 크기에 도달한 후에 운송과 통신에 각별한 투자를 하였다. 국가를 생물에 비교하였을 때, 운송은 순환계와, 통신은 신경계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운송과 통신 두가지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스티븐슨의 기차가 등장하였고, 쿡의 전신이 보급되었다. 특히 전신의 경우 기존의 정보 전달 수단과는 전달 속도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전신은 최초의 사회 중추 신경계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1. 이후 20세기의 문화를 관통하는 기술인 라디오와 TV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는 통일된 목적성을 방향 없이 전달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초기 동물들에서 나타났다고 생각되는 신경 중추와 유사한 기능을 하였다.
그 와중에서 전화는 동일한 정보의 확산을 중심으로 하는 매스미디어와 다른 성격을 갖는 정보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신경 체계의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계속 미디어의 한 부분으로 발전해 왔다. 그렇지만 정보의 질량 측면에서는 노이즈에 가까운 크기였기 때문에 전화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매스 미디어의 광대한 영향력과 비교하면 굉장히 작았다. 21세기 초는 전화가 진화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무선전화의 보급과, 문자 정보 전송 및 네트워킹 기능을 시작으로 전화기가 음성 정보 이상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정보 매체가 문자등의 복제 및 확산이 용이한 형태로 변하며, 동시에 1대 다수의 정보 확산이 가능해졌다. 이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전화 네트워크는 특유의 속도 및 휘발성을 강점으로 매스미디어의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의 관심사는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블로그와 전화 네트워크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기존의 뇌과학에서의 진화 과정 묘사에서는 신경 다발이 진화해서 뇌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미디어의 발달이 신경계의 발달과 유사하다면, 위의 가정이 틀렸고 둘 간 경쟁 기간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 본다. 실제로 거대 동물들의 경우 다중 신경 중추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측들도 있다.
이걸 반대로 미디어 쪽에서 생각한다면, 현재의 미디어들 중 결국 어느 쪽이 승리하게 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를 개인 네트워크가 대부분 대체하겠지만 그 네트워크 또한 진화를 거쳐 최종 형태로 거대하고 분업하는 미디어적 성격을 보이게 되겠다. 뇌와 미디어의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비교는 비유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상상이 없으면 발견도 없는 법이다.
지난주부터 심심한 주말에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공부하려고 대뇌와 소뇌의 origin에 대한 상상에 도움이 될만한 논문들을 찾아 보고 있다. 공부할 것은 많고, 생각할 시간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