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연속인 삶을 돌아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는 점은, 살기 위해 의식주를 벌고 그러다보면 의식주를 벌기 위해 사는 것과 같은 약간의 모순을 담고 있다.
삶은 공간을 채워 나가는 과정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려 백지를 채우고, 상인은 장사를 통해 금고를 채운다. 채우는 것이 지갑일수도, 호기심일 수도, 두뇌일 수도 있겠다. 무엇을 채우는 행위를 통하여 인간은 만족감을 느낀다.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일련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개인의 삶은 그것조차도 시공간을 메우는 일련의 과정이다. 채우는 것이 물질적인 것인지, 정신적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생의지는 그러한 일에 대한 집착일 것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투닥거리기 시작한 것이 팔월 삼일이니, 이 두문단을 지우고 쓰는 반복을 끝내기 위하여 두 달이 걸렸다. 사람이 있을 때는 사람이 그립지만, 사람이 전혀 없으면 사람이 그립지 않은 것을 배우며 두 달간의 생각 하나를 접는다.
채우기에 대한 생각을 2010/08/03 22:49에 시작하여 2010/10/03 20:48에 마무리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