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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빚어내기/살아가기 | 2010/10/04 10:26 | inureyes

주위에 별 말 없이 나왔지만, 사실 한 달 전부터 연구 관계로 한국을 떠나있는 중이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극적으로 바뀐 부분은 없다. 그 곳에서도 혼자 살림을 살았고, 온라인에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했으며, 복잡한 일들 사이의 단순함을 찾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이 곳에서도 세세한 부분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생활상은 같다. 단지 사람을 볼 일이 많지 않기에, 한국보다 사람의 살냄새가 덜 난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언제나 흥미로운 부분은 세세한 차이에 있기에 한 달 간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할 이야기가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과, 그 이야기가 해야 하는 이야기인 것인가는 조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소소한 것을 생략하면 큰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운전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 요리 재료로 (값이 싼) 고기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오븐 요리는 덜 하게 되었다. 분리 수거를 안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느린 컴퓨터들에 대한 인내가 생겼다.

이 곳에서는 한 달 간을 적응 기간으로 준다. 그 기간 동안, 이 곳에서 하게 될 (오래전에 잠시 관심있게 보았다가 버려두었던)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읽기 / 말하기-듣기 / 쓰기 1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후 자고 일어나는 일과가 반복되는 식이다. 그동안 꽤 많이 써서, 첫 주를 제외한 삼 주 동안 오천줄 정도의 코드를 짜 보았다. 대부분이 바퀴를 다시 발명한 코드들이지만, 여기서 사용하기로 한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바퀴들이 없어서 하나하나 깎아야 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지난주말에는 시카고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가 사람들간의 벽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를 보았다. 물질화된 사회가 체화된 모습을 두 눈으로 구경하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동시에 자연사 박물관을 보며 학계의 토양이 되는 아동 교육에 대한 부러움을 가진 시간이기도 하였다.

모순된 태도로 시간을 대하고 있다. 체험과 배움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데, 그리움이 붙잡는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는 듯 하다. 하고 싶은 공부는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시계는 무심하게 빨리 돌아간다. 아내가 보고 싶지만 달력은 기약 없이 느리게 넘어간다.

어쨌든, 그렇게 한 달 만에 이 곳에 정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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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2010/10/04 10:26 2010/10/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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