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머론의 영화 '아바타'가 곧 우리 나라에서 상영 기록을 세울 것 같다. '아바타'의 흥행은 단순한 헐리우드 영화 흥행의 한 경우로 볼 수가 없다. 영화를 찍는 방식과 보는 방식 모두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3D로 제작한 영화에 제대로 된 연기와 서사를 넣어 전면적으로 상영한다는 아이디어는 각각을 생각해 낼 수는 있지만 모두를 연결지어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영화 (시장) 의 역사를 기술할 때 2009년은 변화의 기준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미쳐야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고,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받쳐주어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의 혁신은 미친 생각을 미친 사람이 해 내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정상적인 생각들을 연결한 결과가 미친 것 처럼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아바타'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 대개 전자의 경우에는 천재라는 딱지를 붙여주고 그가 만들어낸 결과만을 경이롭게 바라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혁신을 이루어 낸 사람 자체에 촛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해 가능한 영역에서 벌어진 혁신에 대한 대중의 이해심은 매우 자비롭다.
어떤 식으로 혁신이 일어났든, 혁신은 대개 뒤따르는 혁신들을 동반한다. 아바타는 보는 방식 자체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고, 많은 사람이 코웃음치던 3차원 텔레비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보는 미디어의 혁신 가능성이 '가능성'이라는 딱지를 떼는 순간이다.
하나의 혁신에 뒤따르는 혁신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인간은 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다. 예수jesus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확인을 했던 도마thomas의 예는 인간에게 기실 당연한 사고 방식이다. 자리에 앉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해 보아도, 그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어떤 것에 기반을 두고 상상된다. 절대 그 벽을 벗어날 수 없다. 사고는 인식의 영역에 한정되고, 물 자체의 영역은 정복되지 못한 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천 년 전의 사람들이 왜 '땅이 둥글다'는 '상식'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당시 인류의 인식의 영역은 그 정도였을 뿐이다.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의 창의력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조합하는 능력이다. 조합할 수 있는 수는 조합 가능한 재료의 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재료가 하나 늘어난다고 가능한 조합의 수가 하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재료의 수가 많을 수록 재료가 하나 늘어났을 때 가능해지는 조합의 수가 더 크게 늘어난다. 식재료 세가지를 이리저리 조합하면 일곱가지가 가능하지만, 식재료 네가지로는 열 다섯가지가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나의 혁신에 다른 혁신들이 줄줄이 뒤따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