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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지났지. 아이는 또 어디선가 잠을 자고 저녁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밤새 놀아 버리고 그랬었어. 그러다가 아이는 한 가지 중요한 규칙을 알게 되었지. 다른 사람과 똑같은 부분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이유를 물었던 아이에게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던진 말은 “개성시대니까.” 였어. 지나온 도시를 생각하면 이 마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지. 오히려 좋았다고 하면 될까?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 아이는 더 이상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는 옷을 약간 잡아 뜯고 위를 기웠지. 그러니 옷의 모양이 약간 달라졌어.
아이는 그걸 보고 만족해하면서 또 축제를 즐겼지.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옷은 이상한 모양이 되어갔어. 옷을 계속 뜯다보니 이 옷이 무엇을 위한 옷인지 알 수가 없어지도록 뜯어졌지만 아이는 그래도 좋아서 옷을 계속 뜯고 기우고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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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달라야 한다는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아이에게 부담이 되기 시작한거야. 게다가 사람들이 매일 놀기만 하고 낮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지나니까 걱정 없이 놀기만 하던 아이에게도 걱정이 생기기 시작한 거지. ‘언젠가 꼭 낮에 일어나야지.’ 하고서도 아이는 일어나지 못해서 밤마다 놀고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잠을 아예 자지 않았어.
아침이 되고 지친 몸을 어떻게 이끌고 아이는 마을을 나왔어. 길 끝을 눈대중으로 잡아 천천히 마을을 나가는데 마을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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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억지로 조금씩 멀어졌을까. 아이는 조금씩 몸이 편안해 지는 것 같았어.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아이는 힘이 났대요. 그때까지도 주머니 한가득 축 늘어져 있던 돌멩이들이 거추장스러워졌지. 하나하나 늘어놓고 고르다가 빨간색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빼고는 모두 길바닥에 늘어놓고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지. 길을 걸어갈수록 하늘색은 조금씩 원래의 파란 빛깔을 띤대요.
그렇게 하늘빛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아이는 계속 길을 따라 갔어. 어느새 평야는 조금씩 깊어지고 계곡이 되고 그리고 그 끝은 막다른 곳이었어. 아이는 금방 길이 이어지는 끝을 볼 수 있었어. 아주 큰 계곡이라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냥 아주 높은 절벽이 양쪽에 있었지. 벼랑에 커다란 동굴이 있고 길은 그 안으로 뻗어 있었어. 입구에 세워진 작은 표지판에는 무지개길이라고 쓰여 있었어. 아이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지. 들어가려니 너무 어둡게 보이고 안 들어가려니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그래서 아이는 들어가기로 했대요. 불빛하나 없이.
아이는 눈이 천천히 익숙해질 때를 기다려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어. 근데 이를 어째 얼마 들어가지 않아서 생각을 잘못한 것을 알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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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들어가서야 알게 된 것이 눈이 아무리 어둠에 익숙해지고 그런다구 하더라도 빛이 하나도 없이 깜깜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아무소용 없는 거야. 아이는 도로 돌아 나가려고 했어. 그런데 더듬더듬하다 보니 길을 잃어버린 거야. 도로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는 계속 벽을 잡았다 놓쳤다하며 동굴 안에서 헤매게 되어버렸네.
얼마나 그랬는지 알 수가 없지. 아이는 지쳐버렸어. 그냥 계속 헤매다가 갑자기 덜컥 겁이난거야.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걱정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 동굴 속에서 헤매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 아이도 죽음이 뭔지는 아니까. 명확하게는 모르지만 트라벨라에서 살 때 매일 같이 놀던 옆집의 개가 어느 날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심심해했었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주위에서 사라지던 것들을 죽음이라고 불렀거든. 자신이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 아이에게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니까.
아이는 한참을 울었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아이의 눈에 아주 약간씩 주위의 윤곽이 보였어. 윤곽이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아이는 눈물을 훔치면서 갔대요. 주위가 약간씩 이상했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는 넓은 곳에 서 있네. 아주 높은 천정이 있고 천정에선 빛이 들어오고 있었대요.
그 때서야 아이는 눈물 너머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지. 아주 깜깜했던 동굴은 정말 아름다운 여러 색의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던 거야. 빛과 함께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볼 수 없었겠지만.
그리고 아이는 눈앞에 열려 있는 길을 따라갔지. 어두워도 아이는 안 무서웠대.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밝아지기 시작하더니 아이는 밖에 도착했어. 열네 살이 된 날.
자 이제 첫 번째 이야기는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