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우리에게 망각을 주었다.
그것이 세상이라는 고문장에 우리를 내던지며 준 몇 안되는 선물 가운데 하나였다.
인간은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저 존재할 뿐인 것들에 의미를 주고 애착을 더한다.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당연하지 않다. 신 이외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이름을 붙일 줄 아는 하나뿐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래는 대양을 누비다 죽어간다. 산호는 굳이 자신이 생명체라고 주장하려 하지 않는다. 파란 물빛 아래 비치는 햇살은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의 먼 바깥에서 인간은 어린아이 같이 웃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저 있음의 가운데에서 그저 있어도 괜찮은 것이.
나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선다.
그리고 두 발 밑에 밟혀 있는 땅이 나의 모든 것이다. 모든 것에 그러하듯.
모든 존재하는 것과 같이, 자신에게 있어서만 일어나는 많은 일들.
평 온한 생활. 숨쉬고 살아가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되었던. 그리고 약간은 달라질까 마음도 먹었었던 시간. 열흘을 가지 못했다. 그 날 이후에 딛고 선 땅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유도 너무나 별 것 아니었다. 그저, 육십 억이 넘는 인간들 중에 하나가 더이상 나와 같은 바람을 들이마시지 못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냥 그런거였다. 너무나도 가벼운. 나는 아니 적어도 인간은 아침 이슬 보다도 더 약한 어떤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가벼운 어떤 것임을 알게 해준 사람이 그래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내 발을 공중에 띄웠을 뿐이었다. 아주 오랜 기억의 한 구석에서 갑자기 잠을 깬 목소리. 왜. 왜 그래야 했나. 의지가 있다면, 그 의지의 선택이 이런 것임을 나보고 믿으라는 말인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야 했나. 세상에 살아남는 것은 특권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판도라의 선물이 선물의 가치를 지닌다면 말입니다.
好悟의 영역으로 판단할 질문이 아니다. 대답했다.
그렇다면 결정 의지는 존재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몇 년이 지나도 던지는 같은 질문. 왜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도 아직도 시지프가 되어야 합니까. 그렇게 중학교 시절 끝없이 던졌던 질문은 다시 던지고 또다시 던지고. 하지만 나는 돌을 아무리 굴려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다. 당신의 생각 없는 어린 종이 되지는 않아요. 그렇게 효과적으로 세뇌한 사람들의 꼴이 저것이란 말입니다. 확신을 주지 않는다면, 확신을 깨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육십억 마리를 넣고 기르는 라테 사육장에서 살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은 하늘을 보지 않았다. 너무나 오랜만이지만 친숙했다.
교 회 성당 절 어디를 가도 약간은 神性이 있었지만 결국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향기이고 그 안의 애착이었다. 절대 떨쳐버리지 못하는. 그리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히' 好悟를 말할 수 없는 인간.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오 분간 맞서 권리를 주장하지는 못하는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
의지에 대한 나의 정의.
신에 대한 인간의 정의.
나는 나의 평범에 대해서 책임질 필요가 있을 뿐 주위에 널린 평범함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련도 구속도 없다. 너무나 평범한 것들. 그렇지만 햇볕이 뜨겁다고 그들을 쏘아 죽일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후퇴. 다른 것은 아니었다.
하 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렸다. 모두가 나무를 심는 그 날 마음의 나무를 비교해가며. 답이라고 믿어버릴 수 있는 것은 파랑새일지도 모른다. 속에 나비를 두고 밖에 기둥을 쌓아가는 그런 것일까. 그 날 알게된 마음의 나무는 메타세콰이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서 있었던 거다. 그저 있음일 뿐으로서의. 이 곳에 존재하는 거울에 비친 나는 시리게 아파할 수 밖에 없지만 서 있을 수는 있는 그런 나무였다. 그래서 말 할 용기가 났다.
자유의지를 가진 뜻이 무엇인가. 호오를 말할 수 있는 인간.
의지체로 작용하는 것은 나에게, 또 수많은 사람에게 주어진 것 때문이다. 스스로 종이 되기를 선택한 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인간. 한 손에는 씨앗을, 한 손에는 칼을 쥐어준 우리의 부모.
이제야 왜 agape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지 알 것도 같아.
병구군 잘 가게..
그렇게 알게 된거야. 지금 무얼 해야 하는지.
슬픔안에서 싱그러웠던 봄의 첫 커튼은 그렇게 닫혔다.
20020418, 직립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 느낌이 이런 연으로도 읽어지는거구나. 당황했어:)
하지만 그저 가벼운 감기같은 것.
기숙사자치회.
후회가 없을지도. 하지만 미련은 없는걸까.
아니 미련은 없다.
그렇지. 분명히 나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
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내 속에서 자신이 순간 두 명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우울했다.
내가 발을 딛은 세상에 대한 실험이든 열정을 더해 살아가야 하는 일이든 어떻든간에 즐거웠어. 마치 살아있는 생물같았던 학교조직-관료사회를 만났고, 나를 꽤나 믿어주는(사실은 내가 당신들을 믿은거겠지. 워낙 보통 사람이라 줄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거든.) 사람들을 만났고,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부모님의 말처럼 아주아주 오래 함께 할 사람도 만났거든.
정리모임을 마치고 나왔다. 꼭 마치 끝난것 같았다. 아직도 2개월이 넘게 남아있는데
무언가가 변한것 같았다.
그렇지 다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아직은 앞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나의 다리로 걷고 나의 눈으로 바라보고 나의 입으로 말하겠어요.
하지만 이제 생각은 혼자 할 필요는 없는거겠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아아 그렇지만 동시에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날.
...
jack in the net. 동일한 본질.
연결이 차원을 이루는 곳과의 균형.
냠 이젠 정말 잠 자야해 안 그러면 아침 못 먹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