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신경도 안쓰고 살던 나에게 덜렁 카메라폰이 생겼다. 전화가 너무 안되는 것을 못견딘 부모님께서 "전 괜찮은데"를 참지 못하시고 선물해주셨다.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는 카메라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약간 벅차다. 우선 화소수도 얼마 안되고, CCD(나 CMOS)의 크기가 작아서 광량의 제약이 너무 심하다. 줌도 디지털 줌만 가능하다. 왜 달렸나 싶었다.
며칠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는 그 나름대로 충분히 쓸 곳이 있다는 점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있지만 쉽게 들고 나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녀석은 무조건 들고 나가게 되니, 아무데서나 아무 장면이나 찍을 수가 있다. 디지털카메라조차 놓치기 쉬운 소소한 면들을 잡을 수 있다고 해야하나.
어쩌면, 사진기는 이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몇 장의 사진들을 남겨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