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말하기가 너무나 귀찮다. 눈으로 읽어들이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벅차다.
덕분에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 항상 건성건성이 된다. 가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면 상대방에게 미안해진다.
그래서 방에서 책 볼때가 제일 편하다.
한 권이면 하루가 즐겁다.
이번주에 집에 가서 신발 가져오면 조용한 여러 곳을 가보고 싶다. 가을에만 가 볼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문득, 대학에 입학한 첫 해에 유럽에 가서 세상이 커지는 속도를 경이롭게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그때엔 몰랐었다. 세상의 크기는 손에 잡히는 영역에서 변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닿는 넓이에 따라 바뀌는 것인데.
그 분이 내게 주고 준비한 유일한 것이 '자유의지'임을 오랜만에 생각했다. 내 의지로 결정하고 내 능력으로 이루고 내가 그 책임을 진다. 짧은 깨침이지만,
꽤 즐거운 요즘이다.
마음이 닿는 넓이를 넓혀가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