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이다. 무의식중에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건.
어떠한 강제도 없는 시간. 외부로부터의 강제뿐만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압박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른다는 잔잔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을 뿐이다.
부쩍 생각을 많이 한다. 그늘에 누워서 바람을 잡는다. 얼굴에 부딪는 것이 공기의 흐름인지, 시간의 흐름인지. 그저 시원하다. 이 곳의 더운 날씨도 이젠 손에 잡히는 무엇이다.
언젠가, 내 힘으로 손안에 잡게 된 것은 학생증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신정규'라는 개인에 대한 증명. 그렇지만 실은 손안에 들어있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알아차리는 것이 아주 늦을 뿐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그저 편안하기만 한걸까. 오늘도 공학동 옆의 제일 좋아하는 벤치에 누워서 예전에는 그렇게도 나를 괴롭혔던 머릿속의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한다. 이젠 그 안에 '내가' 있을 수 있으니까.
게으른 나날이다. 하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s://forest.nubimaru.com/trackback/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