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오던 중이었다. 약간은 불편한채로 누워 내가 연어같다는 생각을 했다. 경부고속국도는 순식간에 나와 내가 돌아갈 곳과 내가 있던 곳을 나누며 연결시키는 강이 되었다. 가라앉는 해를 옆에 끼고 달리는 차는 차분했다. 바퀴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스팔트들이 울었다.
창문 어딘가에 고정된 시선속에 구름이 한조각 들어왔다. 하얗지 않았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구름 한 쪽은 작별인사를 고하는 햇살에 잠겨 젖어들어 있었다. 한편으로는 순백을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젖어들고 있는 모습은 생경함일까.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 같은, 그러면서도 절대 본 적이 없었을 그 익숙한 느낌속에 울었다. 분명히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도로 지우려면 들어온 몇백만배의 노력이 필요할 그 구름조각들과 하늘. 태풍이 멀리서 어루만지고 있을 그 하늘은 너무나 행복했지만 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비를 내리게 했다.
vanilla sky는 길지 않았다. 눈물도 금방 말라버려 자국하나 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 나와 함께 있었던 이상한 세계는 가슴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손짓한다. consummate blue보다 더 자극적인 색.
중독되어 버린걸까. 알 수 없다. 무엇을 찾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쫓고 싶어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