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역학시험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4/12/21 02:18 | inureyes
대학원 통계역학 시험이 끝났다.

동짓날 되려면 좀 남았는데 그만 시험을 죽을 쑤고 말았다. 아아. 처참하도록 맛나는 죽을 쑤고 말았다. 일생에 저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죽을 쑨 적이 있었던가.

중간고사때는 나흘 빡빡하게 공부했는데 기말고사때는 하루 반 공부했으니 잘 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흘러넘치는 좌절감을 그러담을 죽통이 모자라니 통탄할 일이로세. 수업 즐거이 듣고 노트 즐거이 읽었으니 다 알거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또 저지르고 말았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논문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아마도 강행군인게지. 집중력이 이렇게 바닥나지 않았으면 좀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밤샘후에 시험지를 받아들고 처음에 든 생각이 'ising model이 뭐더라?'

...논문쓴다고 mean field theory를 죽자사자 팠던 사람치고는 어이없는 반응이었다. 머릿속부터 의지가 안되어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리가 없지. 적분하나로 한시간 반 보낸건 굉장했다. 한마디로 바보짓했다.

지나간 버스를 보고 아쉬움을 달래봤자 죽은 자식 뭐 만지기 꼴이다. 돌이켜보면 논문 준비를 위해 이 과목을 들었던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기말고사는 죽을 쑤었지만 통계물리학의 구조는 머릿속에 확실히 잡혔기 때문이다.(게다가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학기내내 1분도 졸지 않았다는 대기록도 세웠다)

아쉬움과 자책이 함께 진하게 남는 통계물리 기말고사였지만 이제 그만 반성으로 남기고 다음단계로 넘어가야지. 랩에 갔다가 갑진형이 엄청 재미있는 연구거리를 이야기 해주었다. 가능성도 있어보이니까 이번 방학때는 선배님과 함께 그걸 한 번 해볼까. :)

시험을 하나 남기고 있는 새벽
phase transition region에서의 마지막 학기가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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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1 02:18 2004/12/2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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