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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이야기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7/12/17 14:28 | inureyes

음악 CD를 많이 사는 편이다. 예전에는 CD를 전부 방에 가지고 있었는데, 4년 7개월? 전에 기숙사 20동으로 이사 오면서 '참으로 필요없는 시디가 많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집으로 전부 가져다 놓고 나서 이후에는 시디를 사더라도 mp3으로 만든 후에는 바로 집으로 직행하는 코스를 밟고 있다. 학교에 마음 놓고 보관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곳은 없다.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CD를 사다 보면 느끼는 허망함 같은 것이 있다. 예전에는 CD를 사면 CD 재생기에 넣어 들었다. 처음 집에 있었던 CD 재생기는 오디오의 한 컴포넌트였다. 이른 중학교 입학 선물로 처음 선물 받았던 CD재생기는 폭이 6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CD와 두 개의 카세트 덱, 스피커가 붙어 있는 큰 기계였다. 당시에는 원하는 음악을 살 때는 항상 카세트테이프로 사서 들었었다.

시간이 지나자 카세트테이프가 쉽게 늘어나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인 97년에서 99년 사이에는 CD를 산 이후, 테이프로 다시 녹음해서 들었다. 휴대용 CD 재생기는 크고, 무겁고, 재생 시간이 짧았다. CD는 계속 쌓였고, 듣기는 계속 불편했다. 2002년에는 mp3 CDP와 만나 잠시 편했다가, 결국 원하는 크기의 mp3 플레이어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

지난번에 서울에 갔을 때, 코엑스 애반 레코드에서 체리필터의 rewind 앨범을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서 또 그 공허함과 마주쳤다. '이게 뭐하는 짓일까?'

CD를 산다. 처음 하는 일은 커버를 뜯는 일이다. 그리고 부클릿을 읽는다. 그 후에는? 컴퓨터에 집어넣고 iTunes가 뜨면 리핑 버튼을 누른다. 애초에 CD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없는 시대이다. LP를 쌓아놓고 턴테이블 바늘을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된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휴대용 CD 플레이어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휴대용 미디어 재생기 중 가장 큰 종류의 제품이다.

시대는 달린다. 음반을 구입함으로서 음악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굳이 CD 를 계속 살 필요가 있을까? CD를 굳이 사며, 그걸 듣기 위해서 리핑을 하며 그러한 행동이 마치 반짝거리는 것들을 잔뜩 모아 둥지에 쌓아두는 까치나 이것저것 주워와서 땅을 파고 묻어두는 개와 같이 느껴지는 것이 싫다. 언제까지 새를 잡기 위해 돌도끼를 사용할 것을 요구할까? 집집마다 총이 다 있는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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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7 14:28 2007/12/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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