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어내기/살아가기 | 2004/03/19 01:36 | inureyes
학교에 들어와서 가장 긴 일주일이었다.

숙제의 산 같은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머리가 아팠다.

물리학과 졸업논문 주제 정했다.
컴퓨터 공학과 과제 연구 주제 정했다.
금요일 오후 교수님들과 이렇게 면담하고 돌아오는 길.

머리 터질 것 같았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하기 힘든 일들.
어찌보면 정말 쉬운길을 멀리 돌아서도 간다.

하지만 내 힘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누군가가 쌓아올린 것들의 summary로 만족할 수 없어.

...
아침엔 혓바닥에 바늘이 났는지 자꾸 피가 나서 화장실에서 휴지를 물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았는지 아프지 않다. 건강상태 문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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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힘듬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목마름이 지치게 한다.
시간을 만들어서 해결해야겠다. 이랴이랴 말을 묶어놓으면 눈이 풀린다.
아. 안동이나 섬진강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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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걸려서 leaky bucket의 구멍이 막힌 것 같다.
관성항법장치야 그동안 수고했다.
남을 보는 눈보다 자신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 구멍이 나 있었는지, 왜 나 있었는지도 모두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알 수 있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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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
눈물 흘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리가 없다.

흘려내지 않으면 아무리 물이라도 속에서 쌓이고 쌓여서 돌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만 더 자유롭게 울 수 있는 문화가 있었더라도 '한'이라는 용어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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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물리 수업을 듣다가 졸다가 했다.
용어는 어려운데 이 과목은 머릿속에 그림이 너무나 명확하게 그려진다. (자주 그려내기 어려운 양자하고는 달라ㅠ_ㅠ) 내가 생각하는 방식에 무지 잘 맞는 과목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내 Kittel책은 어디간걸까? 방에서 잠들기 전에 Blakemore 읽는 정도로는 힘들것 같으니까 일단 한 권 사고 나중에 찾으면 팔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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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아주 예전에 유시민씨의 '항소이유서'에서 보았던 네크라소프의 시구.

슬픔도 노여움도 없는 자가 되지 않겠다고 고등학교 들어오며 다짐했던 때가 생각난다. 잊지 않았다.
나의 말을 하고 내 발로 걷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의무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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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9 01:36 2004/03/1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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