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4/03/17 01:35 | inureyes
어떻게 생물리 휴강이 되고 그래서 숙제때문에 치여 죽는 사태는 면하게 되고. 실험 보고서는 죽어가며 일단은 다 냈고. 9학기 학생이 힘들게도 산다 싶지만 실은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다. 몸에 익은거겠지. 예전에 비하면 요새 숙제들이 일인가.

...

나채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계측 실험 하는 날, 실험실에 와서 위독하시니 가봐야 한다고 하는 모습이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울 할머니 돌아가신지 벌써 10년. 그 때 참 술 많이도 먹었다 -_-; (다음날 발인도 못 따라 갔었지.)

내일 수업 끝나고 장례식장 찾아 가야겠다.
이번 학기엔 정장 입을 일 없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되니 전에 어머니께서 넥타이 없으면 하나 사라고 할 때 말을 들을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된다. 하지만 마치 장례식 준비하는 것 같아서 넥타이를 사기는 싫었었다.

아침에 지환이형한테 빌리든지 가는 길에 아무거나 하나 사든지 해야겠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아니, 생명은 어떻게 변화해가며 이어져 가는가.

개인의 자의식- 은 왜 존재하게 된걸까.

주말에 헌한테 후라이팬과 버너 빌려서 연못가에서 삼겹살 구워먹어야 겠다. 맛있는 술도 있으면 더 좋겠지. 지곡 연못은 내가 우리 학교에서 처음 좋아하게 된 곳이다. 아직도 1학년 늦봄 가속기에서 내려오다 만난 그 새벽의 연못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생물물리 숙제 대강 다 했다. 내 계산기는 어디로 간걸까?

...

조금은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할 시간.
뭐든 반성하지 않으면 엇나가게 될테니까.

구름 사이로 별이 아름다운 새벽이다.

.
좀전에 상덕이 형 애아빠 됐다고 한다. (축하드려요!)
생명이 사라지고 생명이 태어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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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7 01:35 2004/03/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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