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다녀갔다. 친구들 중 한 명의 친척분께서 포항에 사셔서 점심을 잘 먹을 수 있었다. 푸짐한 복어요리였다. 독이 들어 있어서 자격증이 없으면 요리도 할 수 없는 복어요리. 맛있었다. 한참을 먹고 있으려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잘못 먹으면 죽는 요리. 그러면 처음에 이걸 먹은 사람은 먹으면 죽는 음식을 요리해서 먹을 수 있게 만드는 법을 어떻게 알게된 걸까.
어떤 것을 먹을 수 있고, 어떤 것을 먹지 못하는지는 우리가 네 발로 땅을 딛고 있던 때부터 천천히 쌓여온 것이다. 수많은 원숭이들이 죽고, 원시인들이 죽고 하면서 어떤 것은 약이 되고 어떤 것은 독이 되는 것을 체험으로 알아 왔다. 간단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간단한 이야기가 '인간'이 무엇으로 결정되는지에 대한 하나의 출발이 된다.
생명체로서의 인간을 정의하기는 어렵지 않다.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산 다발을 통하여 자기 수복성과 개체 재생산성을 가지는 유기체이다. 다르게는 분류명 homo sapiens인 영장류의 한 과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물질적인 정의는 공동체인 '인류'의 일부인 인간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승'이 있다. 경험의 형태로 내려오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책이나 그림등 기록의 형태로 내려오기도 한다. 교육에 의하여 문화의 형태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러한 가운데의 인간은 이미 앞에서 설명했던 인간의 정의를 훌쩍 뛰어넘는다. 문화 전승체로서의 인간은 이미 독립된 개체로 취급할 수 없다. 통시적 공시적인 모든 면에서 '인류'와 연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걸프만에서는 석유를 둘러싸고 전쟁이 한창이다. 돈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 애꿎은 아이들의 손발을 잘라 먹는다. 인류는 계속하여 경험을 쌓고 교훈을 얻는다. 그렇지만 가끔은 통시적인 면이 짧은 인간의 생애와 맞물리면서 인간이 완벽한 '인류humanity'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4만년의 문화보다는 네트워크 상의 존재하지도 않는 재산이 더 걱정인 사람들. 복잡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