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놀기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3/04/14 02:43 | inureyes
따뜻한 일요일. 즐겁게 도서관에 가면서 점심을 먹고 책을 세 권 읽고 '비둘기집의 원리'에 대한 이산수학 숙제를 하고. 양자역학 교과서를 좀 읽는다. 천천히 해가 따가움을 거두어 들일때 즈음에 도서관을 나선다. 참 오랜만에 주말을 아무 일 없이 학교에서 보낸다. 즐거움이 구르는 오후.

A6 노트가 떨어진 김에 시내에 나가본다.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표를 끊는다. 시내 우체국 주위를 이리저리 다니며 아이리씨와 타이니씨가 동시에 들어갈만한 가방이 있을까 두리번거린다. A6 노트를 사고 기숙사자치회에서 쓸 액자를 주문한다. 퍼즐 유행하겠니? 하신다. 그럴것 같기도 해요. 아저씨 어느새 얼굴을 외우셨나보다.

영화의 배경 속에 들어앉아 영화를 보았다. 70년대식의 극장에서 최근 배경의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꼭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훔쳐보는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나니 꽤 늦은 밤이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양자 숙제를 좀 하고, 자치회 관련된 이것저것들 보고, 진동으로 되어있던 핸드폰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고 나니 어느새 월요일의 입구에 있다. 시원하지만 별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 밤. 아무 이유도 없이 보고싶은 사람을 떠올려본다.

창가에 기대놓은 고무동력기 재료들에 언제나 혼을 불어넣어 줄까 헤헷.
살아있는 사람의 혼자 즐겁게 논 하루.

***

내일은 정장입는 날이다. 대학에 와선 정장은 누군가가 아주아주 멀리 떠났을 때만 입는다. 몇시간 전에 친했던 대학 친구의 어머니께서 금방 세상을 떠나셨다.

언제서부터인가 마음 한 구석에 아프게 박힌 돌이 가끔은 많이 무겁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가져야 하는 유한함 앞에서의 고독.

모든 생명있는 자에게는 즐거운 하루^_^;.
모든 망자에게는 평온한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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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4 02:43 2003/04/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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