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2/07/14 16:31 | inureyes
서울이다. 너무나 놀랍게도(!) 씨니가 갑자기 포항으로 군대 휴가를 오는 바람에 오랜만에 구룡포 밤바다를 보러도 가고, 흑맥주도 마셨었다. 그리고 서울. 주민증과 면허증을 찾아야 하는데 귀찮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가는 곳마다 시원해서 좋기는 하다.(Rainmaker 일까) 이곳 저곳 다니다가 밤 늦게서야 동네에 왔다. 어떻게 잘들 빼와서, 마카와 다니엘까지 외박으로 빼 왔나보다. 문제는 그 모임이 '한영외고' 동문 모임이 아니라 '광남고' 동문모임이라는 거였지만.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사는 곳이 워낙 田園이다 보니 이제는 이런 거대 모임은 생각이 안따라 준다. 우씨 다섯명도 넘잖아. 큰 모임이라서 감당이 안되면? 술을 먹여서 무의식중에 사람 수를 줄인다. 상당히 나쁜 습관이다. 하아... 재미 없었다. 서로들 진심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거짓이었다. 대화는 길지만 그 내용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식으로 진심을 '만들어서' 이야기함으로 위안받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그러니까. 지겨웠어. 그 처음보는 모임은.

씨니하고 둘이서 구룡포 밤바다에서 이야기한 말 중의 한 도막만큼도 진심이 없는 내용. 아니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의 말을 진심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머릿속에서 점점 길어지는 무서운 사람 리스트를 느끼면서 손가락 꺾기나 하고 있는 새벽 빗속의 나.

그런식으로 자라 가는 것인가 보다. 내가 평생 납득할 수 없을 방법으로. 마치 학문같이, 손에 만져지는 것들이 아닌 model을 진실로 치환하는 그런 모습처럼.

모두의 마음속의 matrix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그런것을 보고 만 느낌. 내 감정속의 소음이 그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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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4 16:31 2002/07/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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