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거실 창문 밖이 하얗습니다.
올해 서울에서 처음 맞는 눈입니다.
포항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샜었습니다. 어둠은 가끔 이상한 것들을 가져다 줍니다. 하루 하루를 지내는 가운데 에서는 해가 없으면 어둠이 온다는 것을 잊어버리지요. 하지만 새벽 속에서, 빛이 오히려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돌아갈 시간이에요 하고 기도했습니다만.
'어두운 밤이 깊어갈수록, 눈부신 새벽 찾아오죠' 승환형의 노랫말 가운데 있지요. 새벽 햇살을 받는 지곡 연못은, 설명하기 어렵지요. 겨울이라 consummate blue가 비쳐보이지는 않지만, 해와 함께 사람 한 명을 울게 하기는 충분할 정도입니다.
수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습니다. 어느새 다리가 되어 있는 광진교와 찻길과 사람길을 딱 갈라 놓은 올림픽 대교. 전에는 익숙했을지 모르지만 택시를 타려다가 승차거부도 당하고, 바보같이 타지 말랬다구 안탄다고 경찰아저씨한테 혼도 났지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나가다가 버거킹 건너편에 피자헛이 생긴 걸 보고 신기해 하기도 했고, 전에 본 적 없는 유리로 반짝반짝 예쁘장하게 지어진 상가 건물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저를 익숙해 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즐길 수 있는 것들이지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길에 서서 닭꼬치도 먹고 오뎅도 먹고 하는데, 친구들이 너무 느리게 먹는다고 구박할 때. 아무래도 웃을 수 밖에 없지요. 나도 약간은 종현이가 먹는 속도와 비슷해져 있었나? 하면서.
그래서 지금은 참 이상합니다. 정말 익숙한 곳이면서도 약간씩 그렇지 않다는 것. 자신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컴퓨터에 막 말리는 종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메신저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창근이라는 것, 성혜와 전화 한 통으로 금방 볼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것.
이해하지 못하니까 설명하기 힘들어요.
해 떴네요. 모두를 덮고 있던 눈들도 이제 조금 있으면 모두 녹아버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