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코피 여섯번과 바꾼 전산 물리 프로젝트. 네 번째의 학기가 끝났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수많은 일들과 그 사이에서의 변화들. 우습지만, 이 곳에 온 지 이 년이 다 되어가서야 어떤 식으로의 나를 발견했다. 아주 예전에, 아니 첫 학기의 끝이었으니 그렇게 예전도 아닌. 그때엔 당황했었다. 대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없었으니까. 마치, 고등학교의 처음을 걷던 내 모습과 같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상처를 입는 거에요' 하고 은진이가 말했었다. 대답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 계속 꺼려왔었지만, 말에 힘을 담아서 대답할 수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었어 하고 고등학교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생각할까. -지금 이 글을 본다면, '내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은 어떤 힘을 담을 수 있어.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기다리던 것은 복잡한 무엇도 아니고, 특별히 다른 무엇도 아니었다. 길 위에 서 있는 것은 발. 우습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깊이가 더 깊어진 것. 그것이 전부다. 이 곳에 와서도 모든 것을 다 집어넣어도 괜찮을 정도로, 초점을 다시 모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들과 사람들.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말 짧은 학기였다.
항상 그냥 새벽에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천천히, 햇빛이 비추는 모든 것을 보면서.
너무나 지쳤다. 그냥 방학 내내 고요함을 찾고 싶다.
그리고 너무나 지쳤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니까.
주님이 정규에게 허용하신 능력이 자유의지임을 믿으며
제 삶이 그대로 주님께 드리는 기도임을 확신합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