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단상을 정리. (겸, 트위터 컨텐츠 정리 플러그인 테스트?)
오늘 iPad 발표가 있었다. 잡스의 듣기 쉬운 마케팅 영어는 'amazing' 단어와 함께 사람들의 귀에 쏙쏙 들어왔고, 499달러부터 시작이라는 가격은 많은 사람들의 구매를 준비시켰다. 기대가 컸을 뿐일까? engadget에서 중계를 보는 동안은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마케팅 발표의 제왕답게 클라이맥스는 뒤에 위치했고, iWork이 돌아간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정신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발표 내내 컨텐트 소비용 기기로 포지셔닝하는 것 처럼 말하더니, 끝에 가선 제대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 언변술 참 경이롭다. 그에 홀려 스스로 최면주기에 돌입하는 중이다. '아이패드는 참 논문 읽기 좋을거야. ssh 되는 터미널 어플 깔면 코딩과 시뮬레이션도 아무데서나 할 수 있겠네' 하지만 역시 1세대는 가장 저렴한 기기로...?
발표의 핵심은 기기가 아니라 기기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와 마켓이었다. 그 전부터도 모두가 짐작하던 부분이다. 애플이 컨텐츠 시장을 모두 해 드실 기세라는 것이 iPad 발표와 함께 명확해졌다. 과거 애플은 자칫 무저갱으로 빠질 수 있었던 디지털 음원 시장을 '역사의 흐름처럼 멀리 돌아가지 않고' 합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책 시장은 약간 위치가 다르다. 이미 e북의 합법화는 아마존에 의해 개척되었다. 따라서 애플의 포지션은 음악 시장에 진입할 때와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미 시장 지배자가 존재하는 경우, 천사의 모습으로 시장에 들어갈 수도 없고,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사용할 수도 없다. 시장에 진입하려면 을의 입장에서 더 많은 출판사와 계약해야 한다. 이는 책값 인상이나 이율 감소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애플이 어느쪽을 선택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북스토어의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스토어를 아이패드 전용으로 만들 리가 없다. iBooks app은 곧 아이폰용으로도 나오겠구나 싶다. 북스토어 만들었으면 수단을 안 가리고 팔아야 할 것이다. 아이폰으로 전공 서적이나 그림책은 보기 힘들겠지만, 소설 보기는 꽤 괜찮은 플랫폼일 수 있겠다.
다른 면에서 보자. 애플이 ePub 포맷을 사용해서 북스토어를 열었다는 것이 애플의 컨텐츠 순환 루프의 개방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에는 아이튠즈가 과거 그랬듯이 DRM이 걸려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애플표' ePub 컨텐트를 시장에 만들어낼 것이다. 애플의 기기가 아니면 읽을 수 없는 책들이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면 어떻겠는가. 요는, 독점하면 무조건 타락한다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엄청난 피를 흘리고 깨달은 몇 안되는 교훈이다.
그나저나, 공식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한국어 및 한글 키보드는 아예 지원 목록에서 빠진 듯. 애플 스토어가 정식으로 들어간 나라만 지원하는 것 같다. 국내에선 당분간 계륵 신세가 될 듯 하다. 아예 버리는 시장은 아닐테니, OS 4.0쯤 되면 지원할 것 같다.
덧) 그러고보면 예전 동영상 스트리밍을 RDP로 지원하는, 거실용 컴퓨터를 MS가 만드려고 했다가 취소한 역사가 있다. 언뜻 보면 iPad와 닮아 있는데, 최근 courier 컨셉 기기를 보며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구나' 싶었었다. 더이상 '듀데이트'를 지키는 것에 신뢰를 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Courier가 나오기도 전에 iPad를 발표한 애플을 보면 어떤 감상일까. 로컬에서도 Zune HD가 죽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머리가 더 아파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