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항상 그렇듯, 일상의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조금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정리할 여유도 없이 30대가 되어 있고, 그저께 열린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는 유뷰그룹으로 묶여 사진찍히는 경험을 하였다. 시간은 여유를 두지 않고 흘러가고, 세상은 미친듯한 속도로 좁아진다.
이 어마어마한 속도의 주범을 굳이 찾자면 아마도 환경일테다.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들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현실을 빚어내고 무너뜨린다. 메신저는 시도때도없이 두둥거리며 기계 반대쪽에도 누군가가 세상과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린다. 스마트폰은 눈과 연결되어 세상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양 동기화하는 행위에 한 몫을 한다. 시간은 '한 인간에게' 무한하지 않은 유일한 자원이며, 이 모든 환경들은 그 유전에 어떻게든 유정을 뚫고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 이 모든 환경이, 현대판 시간 도둑이라 할 만 하다.
그렇지만 환경을 피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입에 밥을 넣어야 움직이고 쌀 수 있는 자신은 물고 뜯는 사회의 전쟁터로 들어가야만 밥 한 술의 기회가 주어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생명체는 시간과 노력을 내 주고 약간의 여유를 보상받는다. 결국 이 톱니바퀴의 맞물림 속에서 치이지 않는 동안의 한 순간을 위해 회색 도시의 사람들은 자신을 그 안으로 밀어넣는다. '실시간으로 연결된 환경'은 다른 부분이 아닌 그 여유의 순간에 대롱을 꽂고 시간을 빤다. 무한 순환의 고리이다. 발이 데일 줄 알면서도 건너편의 바나나를 먹어야 하는 원숭이.
시간이 빨려나가는 빨대에 입을 대고 역으로 빨아보려고 한다. 스마트폰이 내 시간을 쓰기 전에, 내가 스마트폰의 시간을 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결국 스마트폰을 무가치한 정보의 공급자에서 스스로를 위한 도구로 만들기로 하였다. 시간을 잘게 나누어 쓰기 위한 스케쥴러나 글을 읽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생각을 정리하는 연필 대용으로 간주하기로 하였다. 필요한 방법을 굳이 천착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래서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기로 하였다. 이 글은 스마트폰으로 쓰는 첫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