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3/12/18 01:13 | inureyes
12월이다. 졸업시즌. 함께 여기까지 왔던 과동기들이 모두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자랑스러워 너희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승헌이는 카이스트 물리학과로 떠나고, 건욱이는 서울대학 전자과로 떠나고. 미애씨는 갑자기 웬 서울대학 식물학과로 떠나고. 성혜씨는 결혼하고. 봉열이는 연계진학을 택했다. 효원이는 유학준비중.
그래,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해도 어디에나 같이 흐른다. 벤처기업에서 창업하는 우재. 병역특례로 IT회사에서 기획일을 하는 지수. 이나이에 벌써 한 달에 이백만원을 받게 된다는 회계사 준엽군에. 그렇지. 너희들에게도 시간은 같이 흐른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이제 나의 시간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마음이 가는대로 모든 것을 결정해 왔다.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이제는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던 미래지만 결국 마주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리학을 좋아한다. 철학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둘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사이에 있다. 알고싶다는 욕구일까. 눈에 보이는 것 뒤에 있는 것들을 지배하는 것들이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함이다. 그대로 안고서는 죽고싶지 않은 그런 마음. 그렇지만 내가 물리학이나 철학을 잘하는 것인지는 고민해볼 문제이다.
내가 가진 장점은 물리학이나 철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스무해 정도 살아보고 나니 내가 가진 장점은 아마 직관인듯 하다. 학문의 종류에 관계없이 핵심을 바라보는 것.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기는 힘든 일이다. 물리학은 그에 관한 끈질긴 훈련이 되고 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무엇을 하게 될까. 나의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까.
결국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무엇이 재미있을까?

혼자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지. 손잡고 가야 할 사람이 있고 부모님들 생각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하신다. 'Do what you want'. )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머리 한 쪽에 넣어두고 오래오래 생각해야 하겠지. 아니 이젠 넣어놓고 혼자 결정을 내려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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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8 01:13 2003/12/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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