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5/01/29 01:01 | inureyes
시간이 열흘이 흘렀다. 가만히 있어도 가는 것이 시간이다.

궤도 바깥을 길게 돌아 원래 궤도로 돌아왔다. 매번 느끼지만 지인의 죽음은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것들에 대하여 특히 그렇다.


11일부터 28일까지 대학원 OT기간이었다. 첫째날과 둘째날에 참석하고서는 그 이후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참석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나이들어버린 사람들을 -또는 아직 나이가 덜 든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새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가끔 일부 사람들에게서만 보이지만 그래도 나이에 비하여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들이 싫다. 그런 까닭에 가끔 생각하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오래전부터 생각해오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랩이 좋다. 미래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13일 목요일에는 랩미팅이 있었다. 준형이형과 홍석이형의 석사논문 발표와, 나와 은진이의 학사논문 발표가 있었다. 그 후 회식부터 시작하여 새벽 네 시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술을 마셨다. 술로 고생을 한 적이 있어서 주량을 줄이거나 안마시려고 해 왔는데, 주량을 다시 어느정도까지는 늘려놓아야 하는지를 생각하였다. 빨리 취하면 아무리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도 잘 기억할 수 없다.

14일에는 술기운에 푸욱 자다가 혁군 사고소식을 듣고 대구 가톨릭병원에 다녀왔다. 중환자실에서 홀쭉하니 입을 벌리고 호흡관을 꽂은 혁을 보고 돌아오며 앞으로 북어는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은진이의 생일이었으나 바로 축하를 해주지 못하여 미안한 날이었다.

15일에는 시내에 나가 은진이 생일축하도 해주고 영화도 보고 돌아왔다. 주성치의 새 영화를 보았다. 몰린 관객을 보면서 예전에 주성치 좋아한다고 남들이 비웃으면 뭔가 변명거리를 찾아 노력하던 어두운 기억들이 솟았다. 꼬부기말고는 다들 주성치하면 웃었는데, 소림축구 이후로 어두웠던 팬생활에 광명이 비치는 듯 하다. (하지만 역시 주성치라면 희극지왕과 홍콩마스크가 최고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영화는 재미있었으나 자본의 힘과 모순에서 나오는 유머 사이에서 아직까지 정확한 길을 잡지 못한듯한 주성치가 안타까웠다.

18일부터 21일에는 랩선배님들과 강원도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APCTP-KIAS 통계물리 겨울학교에 다녀왔다. 18일 아침에 출발하여 도착하자마자 혁의 부고소식을 듣고 바로 차를 타고 대구 가톨릭병원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일반병실일 줄 알았으나 장례식장으로 가게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강원도로 돌아와서 남은 스케쥴을 채웠다. 일과시간에는 강의를 듣고 밤에는 이런저런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학교로 돌아올 때에는 어느정도 차분해져서 돌아올 수 있었다.

24일에는 새 컴퓨터와 만나 인사를 하였고 25일에는 APCTP 세미나를 듣고 오픈랩 준비및 참가를 하였다. 저녁에는 준영이형의 랩 세미나 후 회식이 있었다.

26일에서 28일에는 LG동에서 비선형동역학및 복잡계시스템 겨울학교가 있었다. 다른 학교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입장이라 준비하고 챙길 것이 많아 매우 바빴다. 그렇지만 밤마다 계속되는 음주로 인하여 결국 마지막날 오전에는 강의에 참석하지도 못하였다. (아직까지도 정신이 없다)
주제는 생명현상에 관련한 복잡계였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에 많은 양을 배우다보니 생명현상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마지막부분의 복잡계나 네트워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한 부분이 될 때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덜깬 술과 졸음의 압박과 내용의 생소함 속에서 이리저리 떠돌던 시간이었다. 28일 오후에 겨우 살아나 랩에 올라가긴 했는데, 속에서 마구 올라와서 토할까봐 방으로 도로 내려왔다.


이상이 그동안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웹로그weblog에 로그를 남겨야 나중에 그 때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을테고, 그 때 즈음이면 이러한 주절거림도 쓸모가 생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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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9 01:01 2005/01/2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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