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치환 곡 - 8집 '외침' 중
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한장 되는 것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해야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길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길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외할머니 수술하셔서 찾아뵌다고 부산에 다녀오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짧은 한 달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살아가며 무엇으로 내 삶을 만들지를 생각하고 그 재료를 그러모으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자신을 보았다. 정작 내 삶이 다른 생들의 재료가 되기 위해 어떠해야 하는지는 신경쓰지 않고 自存만이 중요한 현재를 보았다.
어째서
내가 좋아하는 시인분들의 시들이
세월의 무게가 자조와 자기연민으로 더해지는지 알 것 같았다.
생은 자체로 완전하지만 개개인의 삶은 그러하지 않다. 불완전한 삶들의 총합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였다. 사람은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 그 중에서 자신의 의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은 살아가는 시간 중에서도 지금 이 순간뿐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이 생의 목표였으나 이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동시에 후회가 지나쳐 자조하지 않는 삶을 살기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불가능한 목표같지만 끝을 모르는 열정으로 가득 차있는 20대의 목표로는 적절하다.
안도현 시인의 좋아하는 시와 함께, 얼마전 안치환씨가 곡을 붙여 낸 노래의 가사를 앞에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