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공부중.
인간이 창조해 놓고서도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괴상한 학문. Gasiorowicz의 책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펼친 여러 책들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식으로 된 묘사들. 그렇게도 질색하던 양자역학을 어느새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이해없는 인정이지만.
꼬박 두시간을 불확정성 원리때문에 고민했다. 도서관 창가 자리는 아직까지 쌀쌀하다. 어느새 몸이 얼어있었다. 전에는 불확정성 원리가 그저 측정하려는 계에 측정행위가 미치는 영향이 측정의 값에 불확정성을 준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를 쳐다본 지금은 약간의 경악과 친구가 되어있다. 불확정성 원리는 말그대로 불확정성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에도 전자의 운동량이나 위치등은 확정되지 않는 것이다. 측정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소립자계 자체가 정량적인 값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다.
말로하면 쉬운데, 머리보고 받아들이라고 하기에는 고문이다. 특정한 위치도 운동량도 가지고 있지 않고, 어느 시간에 특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는다. 이동경로도 불특정적이다. 하나의 경로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경로가 아예 확률 그 자체였다. 확률은 설명을 위한 수학적 수단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설명하는 언어였다.
머릿속에서 많은 문제들이 꼬여있다. 내내 생각하던 인지세계와 물자체의 문제도 있고 시간계와 공간계의 특질에 대한 것도 있고, 이젠 양자계까지 머릿속을 휘휘 젓는다. 그래도 이제는 아예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일 년 만에 양자계를 머릿속에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성공했다.
양자계도 본질은 아니다. 환원적 세계관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지금 다루려고 하는 이 생각들의 끝에 무언가가 공통적으로 얽혀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