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어내기/살아가기 | 2003/03/15 00:50 | inureyes

집이다. 가족들이 모두 일이 있어 집에는 아무도 없다. 적막하다. 적막한 것이 좋다. 학교에서의 적막은 불편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집에서의 적막은 이유없는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금새 또 돌아와버렸다. 아직 포항에서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다섯시간을 떨어져와서야 돌아볼 수가 있다. 불편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스무살이 넘도록 자신에게 객관적인 장소가 없는 사람들도 꽤 많다.

이 곳에선 끊임없이 생각할 수가 있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맘편히 괴로워할 수가 있다.

밤은 깊어간다.
나도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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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5 00:50 2003/03/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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