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이야기해서 파스텔을 하나 또 구입했다. 원하는 만큼 쓰려면, 비싸다. 화구야 동생 녀석이 그림 그리니까, 하지만 붓은 꽤 오랫동안 잡지 않았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크레파스와 파스텔이 너무 맘에 들어버렸다. 겨울이 되니 그림을 하나 그린다. 언제나, 이 그림은 어중간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그리는걸까 아니면 지난해를 돌아보며 그리는걸까. 아직,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먹을 갈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먹을 가는 것을 마냥 지겨워했다. 어머니께서 붓을 안 드신지가 오래된 듯 하다. 아마,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며 그 다음에는 먹을 갈아본 기억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끝에 닿아도 나는 먹을 갈고 있는데. 점점 크면서 무언가를 조금씩 얻어가는 끝에는 조금씩 잃어가는 부모님이 계신다. 연애하실 때도, 결혼하신 다음에도 계속 해 오시던 아버지의 우표수집 책은 언젠가부터 내 책장 한 쪽에서 자고 있다. 우표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옛날 동전 모음이야 어렸던 내가 멋모르고 저금해 버렸으니까 -학교교육은 무섭다. 어린애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들다니- .
정말 마지막 부담이 될 전산물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산을 그리고 렌더링하고, 거기에 데이지효과를 잘 결합시켜서 오랜 시간에 걸친 여러 요소에 의한 산의 침식을 모의 시뮬레이션 해 볼 생각이다. 아. MATLAB. 머리아프다. 언어를 몇 개를 배웠는지 모르겠다. 이번 학기에 새로 생긴 language 아래 폴더만 해도 Sun JAVA, turbo pascal, MASM, MATLAB 이다. 앞의 세가지는 그나마 좀 알겠는데, 왜 MATLAB은 익숙해지지가 않을까. 아예 문법이 달랐으면 금방 배웠을지도 모르는데. 잘 안된다. 컴퓨터 언어도 외국어를 배울 때랑 비슷하다. 비슷한 언어들은 빨리 배우고, 체계가 다른 언어들은 느리게 배운다. 하지만, 비슷한 언어를 빨리 배운 후에 두 언어가 머릿속에서 섞이면 정말 어지럽다. 지금 MATLAB이 그런 상태. 이녀석, C도 아닌것이 C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일주일만에 잘 될까.
유키씨의 느끼- 한 음악 중에, 정률이가 빌려줬는데 못 돌려주고 대학으로 와버린 Refinement 음반에서 하나 맘에 들던 곡이 있다. 그 생각이 나서 악보집을 사버렸다. 쉬운 곡이니까, 이틀 정도에 대강은 치게 되었다. 원음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반주가 맘에 들어서 좋아했었다. 오카리나로 불면 어떻게 들릴까. 집에가서 대강 편곡해서 불어볼까...
세상은 전면적으로 불공평하다. 모든 면에서 봐도 그렇다... 몸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부익부빈익빈. 정말, 누구는 굶어 죽고, 누구는 배터져 죽고. 나라안에서도 그렇다. 나라끼리 놓고 봐도 그렇다. 생각이 중요한 사람들에겐, 어떤 사람은 생각하고 싶어도 기초를 주지 않고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 싫어도 대학에 일단 보내고. 치열했던 생각들이고, 정말 얼음 같았지만
엔트로피.
정말 치사한 생명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