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마지막이야기 | 2003/09/04 22:10 | inureyes
처음으로 우산을 잃어버렸어요

Delispice - Espresso
곡,글 최재혁 노래 김민규,최재혁

어딘가에 두고 온 우산땜에 오늘은 통 잠을 이룰수가 없어
빗소리에 못 들은척하고 달려오느라 난 온통 까맸지
믿기 싫은 끝을 보고 만후에 나조차도 입을 열순 없었지만
세상은 왜 그리도 낯선지 나도 그렇게 어딘가에 있을 내던져진

우산에 지나지 않아 비속에도 버려진 검은 우산처럼
오히려 하늘을 보기에
추억만 담고 있잖아 누군가 손을 내민대도
내리는 이 비를 막을 자신은 없어

너에겐 미안한 일일지 몰라 돌아선지 몇 시간도 채 안되서
어떤 기억도 희미해진 채 내 속엔 온통 어딘가에 있을 내던져진
우산에 지나지 않아 비속에도 버려진 검은 우산처럼
오히려 하늘을 보기에
추억만 담고 있잖아 누군가 손을 내민대도
내리는 이 비를 막을 자신은 없어

아직은 내일을 몰라 비속에도 버려진 검은 우산처럼
오히려 하늘을 보기에
추억만 담고 있잖아 누군가 손을 내민대도
내리는 이 비를 막을 자신은 없어


어제 방에 돌아오는 길 가로등이 꺼져있었다. 그래도 보였다. 달이 뜨지 않은 하늘인데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밤새 별을 보았다. 돗자리에 누워 추워서 얼때까지 별을 보았다. 하루내내 흐리던 하늘인데 왜 그렇게 창을 열어 놓았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 공룡만큼 큰 외계인은 우주선 타기 버겁겠다는 어이없는 생각부터 (생각해보면 우주공룡 다이노서들은 우주선을 크게 만들지 않고 몸을 줄여 왔군. 그런 방법도 있네.)기억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까지.

난 정말 존재하고 있는걸까?
기 억에 의존하는 사람들, 기억에 종속되는 사람들, 그런데 그만큼 불완전하고 쉽게 스러지는 기억들.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 황냥은 재미있으니까 살아간다고 했지만, 사실 모르겠는걸. 항상 즐겁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건 살아가기 위해서 모두 받아들이도록 변한 것 같아. 예전에는 지금처럼 즐겁게 살아가지는 않았으니까.

이런저런 여러 생각들. 초가을에 시리우스가 뜨는 것을 보았다. 검은 하늘이 파란 하늘이 되고 있었다.

아직도 모기에게 지불한 관람료가 가렵다.
지렁이는 눈이 없다.

내일은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까. 지난 여름 부산에 남겨두고 온 우산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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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4 22:10 2003/09/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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