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4/11/09 02:48 | inureyes
가을 새벽 근현대사 레포트를 정리하던 중에 메신저에서 규환이형 잠시 보다. 그냥 '자라는' 이야기 하다가 선물로 글을 하나 받다.

月影傾西浮休池 (달 그림자 서로 기울어 연못 위에 쉬고)
氣盡秋蟲霜下貧 (기가 다한 가을 벌레 서리 아래 죽어간다)
後園古酒吟弄醉 (후원의 묵은 술은 취기를 희롱하나)
到晨床對孤一身 (새벽이 되도록 술상 앞은 혼자라)
琴音率鳴爭中流 (거문고 귀또리 다투어 흘러우니)
寂寂永夜亂己心 (고요히 긴 밤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獨輝倉星潛西山 (홀로 빛나는 저 별도 서산에 잠기는데)
汝君空席何滿時 (그대의 빈자리는 언제쯤 채워지련가)

*

하늘이 끝없이 깊은 가을날, 자라는 사람과 자란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게 되면 어른이 된 것'
민누님 생각나면서 이제야 나는 어른이 되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다.

*

'사람을 대할 때 너무 높은 가치기준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
자신의 일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으나, 과연 그 경계는 무엇이며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재규정을 시작하다.

'남에게 기댄다' 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거나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그러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그런 사람들은 관심사의 밖이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너무 빡빡한 것은 아닌지. 또는

거울을 보며 그 안의 사람이 의식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기대어 있는가- 를 생각해 보다. 그리고 '드러내느냐 드러내지 않느냐' 의 차이가 사람을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것인지를 생각하였다.

표현형이 내면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또는 표현형은 내면을 어느정도 반영한다.
에서 어느 쪽을 더 마음에 두어야 할 지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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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02:48 2004/11/0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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