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에 다녀왔다. 늦여름 저녁은 시원했다. 차가 막혀서 운전하다 졸뻔 했지만 적당히 늦게 도착하였다. 오페라하우스를 지나 음악당으로 들어갔다. 편안해서 익숙한 천장이 나왔다. 드러누워 자고싶었다. 막 연주가 시작되어 밖에서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앨범도 구할 수 없는 윤이상씨 곡의 연주라는데 아까웠다.
상임지휘자인 기타옌코씨가 나오고, 연주가 있었다. 듣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곡이 잦아드는 순간 지휘봉의 끝이 움직였다. 바로 클라이막스로 접어들었다. 왼손 오른손을 딱딱 멀리 뻗는 순간 연주가 끝났다. 그리고는 정적. 잠시후에 박수소리. 난 내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곡이 30분이든 40분이든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지휘자는 지휘봉을 놓을 수 없다. 지휘자는 연주를 하지 않지만 연주의 전부는 지휘봉 끝에서 결정된다. 모두와의 밸런스를 맞추어 간다. 당기기도 하고 밀기도 하며 어떤 지점을 향해 연주를 이끌어 가는 것이 지휘자의 일이다.
간주시간이 끝났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손에 지휘봉이 쥐어져 있다. 자치회 이제 남은 반의 파트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까. 교향곡을 연주하기 시작한 이상 중단할 수는 없다. 하아. 심호흡하고. 아직 연주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돌아가야지. 늦으면 연주자들이 기다린다고. 이번 연주는 어떻게 나갈까.
집부 여러분 자신을 믿으세요. 그게 정 안되면 날 믿어요. 이번 학기 자치회 연주를 시작해 봅시다.
기타옌코씨 감사합니다.
연주회장을 나오며 코에 들어오는 바람 냄새에서 가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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