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중국가시고 동생은 놀러 갔다와서 뒹굴뒹굴 폐인짓만 해서 일주일동안 주부가 되었다. 지난 겨울 여성학 수업때 전업주부는 직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했었다. (법적으로는 주부는 직업이 아니다.) 그 때 꽤 공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후에 있은 손들기식 설문 조사에서, 그 많은 사람들 중 밥지을 줄 아는 사람이 반이 안 되었었다.
이번에 계속 주부일 하면서 계속 든 생각이다. 남자든 여자든 주부일이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다들 일단 해 보고 나서 말을 하는게 어땠을까. (안해보고 이것저것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얄밉다. '입만 살은 사람들'.) 주부일이라는 것이 절대 밥 한끼 하거나 빨래 한 번 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다들 우선 알아야 할 듯 하다.
하아 아침밥 하고 반찬 올리고 치우고 빨래 돌리고 설겆이하고 빨래널고 반찬 만들고 점심 준비하고 점심먹은 것 치우고 다리미질하고 청소기 밀고 걸레질하고 반찬 만들고 저녁 준비하고 정리하고 설겆이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쓰레기봉지 버리고 다음날 밥할 쌀 씻고.
그나마 집안일 분담이 잘 되어 있는 우리집이라 보통때 이럴 일은 없는데, 다른 집의 전업주부님들은 어떻게들 계속 살고 있는지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문득 현모양처가 꿈이라던 외사촌누님에게 '그것말고 꿈은 없어요?' 하고 물었던 1학년의 치기어린 신정규씨가 부끄러워진다.
덕분에 결혼 같은 것 안하고 혼자 살아야지 하던 인생관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중. 집안일을 나누어 반으로 줄이든지 해야지 안그러면 제대로 살기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