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지도교수님이셨던 이성익 교수님께서 돌아가셨다. 목요일 아침에 급한 연락을 받았다. 금요일 MEG 학회 출장을 들러서야 서울에 있는 장례식장에 도착하였다. 세브란스 병원의 장례식장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였다. 사모님이 계셨고, 인사를 한 후 절을 하고 앉았다. 계속해서 아는 사람들이 도착하고 떠나갔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미리 와 계셨다. 앉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부 지도교수님의 장례식에 대학원 지도 교수님과 함께 앉아 있으며 느껴지는 감정은 말로 그려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이상했다.
무슨 이야기들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유 모를 피곤함이 밀려왔다. 한시간 가량 앉아 있다가 아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를 드리고 식장을 나왔다.
사람으로 가득찬 신촌 거리는 색色으로 가득차 있었다. 모든 곳에 네온싸인이 가득했다. 사람들에게서는 생의 육즙이 흘러 넘쳤다. 그 거리는 육개장을 떠올리게 했다. 입안에 침이 괴이지만 배는 불렀고, 배는 부르지만 마음은 허했다. 아... 마치 가슴이 뚫려 있는 느낌이었다.
문득 식장에 들어갔을 때 맞아주시던 사모님이 떠올랐다. 학부 시절 그 연구실에서 프로젝터 연결이나 학회 등록등의 잡무가 있을때는 항상 사모님의 연락을 받고 달려가서 일하곤 했다. 관심사 쪽의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지금 연구실로 옮긴 후 사모님을 뵐 일이 없었는데, 육 년 만에 상복과 양복을 입고 인사 드리게 되었다. 이제 사모님의 길과 내 길이 남은 인생동안 겹쳐질 일은 없을 것이다. 죽은 이와의 헤어짐은 놀랍게도 살아있는 분과의 이별을 동반하였다.
슬펐다. 슬프다. 아프다. 하지만 산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더욱 화려하게, 더욱 육덕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