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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조부상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6/11/16 03:17 | inureyes
논문도, 태터도, 연구 주제 정리도, 하릴없이 모든 것을 다 미루고 있다. 그냥 시간이 좀 필요한 듯 싶다.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연구실 컴퓨터에 윈도우를 깔았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싶었다. (요새 드는 생각이지만, 도스 시절이 더 컴퓨터 관리가 쉬웠던 것 같다) 연구실 컴은 윈도우 까는 동안 노트북은 줄창 외화 '하우스'를 틀어댔다. 재미있더라.

맥북 프로에 들어있는 내장 매뉴얼을 모두 읽었다. 맥북 프로를 딱 반만 사용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적으로도, 하드웨어 적으로도) 나만 그런 것은 아니고 아마 대부분의 유저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부분들일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경탄이 나오더라. 괜히 좋은 것이 아니었다. 전혀 몰랐던 아답터의 기능에도 감탄.

표준 BSD에 대응하여 맥 오에스 엑스의 BSD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사용자 권한 관리 및 프로그램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카본과 코코아가 뭐고 어떨 때 쓰고 무슨 장단점이 있는지 같은 점들도 배웠다. 스폿라이트를 어떻게 써먹으면 잘 써먹을 수 있는지도 배웠다. (스크립트와 조합해서 검색에 대한 간단한 명령들을 만들어보니 제대로 물건이더라.)

그렇게 그다지 인생에 큰 영향을 안주는 일을 하며 보낸 하루였다.

아직도, 시간이 좀 필요한 듯 싶다.

*

토요일 밤 늦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아흔 넷?을 목전에 두고 돌아가셨으니 적게 사신 것은 아니다. 다만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뵈었던 입과 코에 솜을 채운 얼굴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스물 여섯. 아직도 삶에 대한 답을 얻기를 포기하지 못했으며 기다림이 통찰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이지만,

역시 좀 힘들다.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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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6 03:17 2006/11/1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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