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한 해였다.

주위의 많은 것이 바뀌었던 한 해였으며,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였다. 좋은 연구를 한다는 말의 의미와 함께, '재미있는' 연구의 의미가 자신에게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한 때였다. 너무나 주관적인 질문들이기에 절대로 객관화할 수 없는 질문들에 한 발을 내딛는 때였다.

돌아보며 그 생각의 무게를 떠올리면 우스운 일이지만 중학교 시절 실존주의 하나만을 생의 철학으로 삼고 있던 때가 있었다. 대학 시절 걷던 긴 길 위에서의 이천일 년 어느 때에야,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여겼던 질문들과 그 순서가 실은 철학의 역사 안에서 이미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고민되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더 살며 공부하고 생각했다. 이제 이십대의 후반에나 와서야, 스스로 찾으려고 하고 알려고 했던 벽이 실은 모두가 맞닥뜨렸던 벽임을 알게 되었다. 어째서 후기 구조주의니 포스트 모더니즘이니 하는 생각들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삶의 역동성이 많은 선택의 무게에 눌릴 수 있음을 배우는 시기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많은 결정의 순간마다 올바르게 판단했는지 완전하게 확신을 가지지는 못한다. 모든 선택은 확률적이며, 이후의 상황은 확정이 아니라 가능성일 수 밖에 없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였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받아들였던 '합리성과 이성으로 현상계를 모두 채울 수는 없다'는 깨달음은 선택을 한 후의 시간을 고민으로 채우도록 했다. 계단을 올라서는 것과 같은 돈오旽悟는 그러지 못한 다른 부분들을 어둠으로 밀어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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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목표. 조금 더 부지런하고, 조금 더 치열하며, 조금 더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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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8 16:39 2008/02/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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