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0/09/17 02:32 | inureyes
새벽에 돌아오는 길에 별을 보았다.

너무나 멀리 있어서 꼭 어디인가에 붙박혀 있는듯한 모습들.

이 별을 갔다가 저 별을 갔다가 하는 생각을 자주했었다. 어릴 때는 혼자 그 생각들을 '여행'이라고 불렀었다. 이 별은 어떨거야. 저 별은 어떨거야. 내가 어려서 머리위의 별들에 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많은 별들을 다녔다. 여러 곳들이 있었다. 와... 이 별은 태양보다 430배가 크다는 별이구나! 크면 뭐가 좋은지는 몰라도 그냥 좋아하는 아이. 별 것 아닌것을 하나 더 알았다고 괜히 무언가 달라진듯한 느낌을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인데,

별을 보았다. 별을 보면서, 예전에 했던 생각을 똑같이 해본다. 그런데, 어느새 별은 언젠가는 꼭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별 저별을 상상해 보지만, 무언가가 빠져있는 느낌이다. 아니, 무언가가 더해진 느낌인지도.

전에는 '여행'이라고 불렀다. 이제는, 스무살 생각을 담아 다른 이름을 붙여본다. '동경' 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약간은 슬픈 이름.

서른 살이 되면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0/09/17 02:32 2000/09/17 02:32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ATOM Icon 이 글의 댓글이나 트랙백을 계속 따라가며 보고 싶으신 경우 ATOM 구독기로 이 피드를 구독하세요.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s://forest.nubimaru.com/trackback/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