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0/09/20 01:10 | inureyes
다이어리를 샀다. 고등학교때 쓰던 것은 집에다가 놓고 왔고, 들고다니기에도 크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있는 R.P.들도 보관할 겸, 새로 하나 사러 갔다. 작은 것은 딱 두 개 뿐이었다. 둘다 좋아하는 깔끔한 스타일이 아닌, cute한 스타일이었다. 안사려고 돌아서는데, 아주머니가 정말 안팔리는 것인지 막 깎아준다고 해서 사버렸다.

이 다이어리는 스케줄러로 쓰게 되겠지만,

컴 퓨터에 발자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비록 새 것도 아니고 시대에도 엄청나게 뒤떨어진 것이었지만 처음 내 컴퓨터를 만지고, 이름을 붙이던 때. 그 때와 가까울 적부터 함께한 프로그램이다. 컬러모니터와 함께 쓰기 시작한 프로그램. 일기장이다.

제작자가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서, 윈도우 2000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와 같은 인터페이스에 같은 일기장을 쓴다. 일기장. 내가 쓴 글인데도 내가 읽기가 힘들다. 거의 낙서수준이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가 담겨있는.

열 여덟살부터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일기장에 쓰는 글들도 정말 자유스러워졌다. 아마, 컴안에 보관된 일기장이라는 폐쇄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던듯 하다.

요새 자신의 홈페이지에 일기장을 단 사람들을 많이 본다. 도대체 그 곳에다가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공개' 되는 일기가 일기인지, 가끔 재미있게 생각해본다.

영화 '동감'에 보면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일기장으로 대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 일기장. 그러고 보면 컴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0/09/20 01:10 2000/09/20 01:10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ATOM Icon 이 글의 댓글이나 트랙백을 계속 따라가며 보고 싶으신 경우 ATOM 구독기로 이 피드를 구독하세요.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s://forest.nubimaru.com/trackback/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