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난 후 띄엄띄엄 떨어진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지요.
계단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가만 얼굴을 만지고 지나갔지요. 얼굴만이 아니라, 옆의 물도 살짝 건드렸네요. 물결이 잔잔하게 흐릅니다. 아주 잔잔하게, 가볍게 주름을 살짝 짓고 다시 흘러가요. 시원하게 들리던 얕은 폭포 소리가, 약간은 차갑게, 그러면서도 깊게 맘을 훑고 지나갑니다.
발 밑을 보았어요. 그림자에 힘이 없어지는 느낌. 하늘을 보니, 해가 그림자를 산뜻하게 만들어 주지 않네요. 조금은 따뜻하게. 그러면서 부드럽게 뭉개주는 느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요. 그리고...
깊네요.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