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3/09/21 03:41 | inureyes

하루종일 은주씨와 황냥과 포카전 구경을 다녔다. 다리가 아프든 등이 아프든 놀때는 아무 상관 없지.

야구응원하다가, 과학퀴즈 나갔다가, 적분대회 구경하다 저녁먹으러 수제비집 갔었다. (수제비 너무 좋아해서 울면서 먹었다.) 뭐 그다음에는 뒷풀이에서 맥주 마시고 은주씨가 음감실 열어서 주온 비디오판 보고 영화판 보고.

내려오다 보니 두 시를 내다보는 시계. 훌쩍 흘러버린 하루:)

...
인간에게 얽매이는 것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다. 글쎄, 그런 생각을 아주 강하게 가지고 있던 것이 그렇게 오랜 시간 전은 아닌듯 하다.

엄한 약속을 해버렸다.
일주일에 여섯번을 술을 마시는 시드군 술 좀 못먹으라고 앞으로 당신 마시는 만큼을 내가 마실테니 술 먹지마 하고 약속을 했는데,
그렇게 약속을 하면서 이런 약속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타인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타인이 술을 마시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
어느쪽이든 익숙한 일은 아니다.

그 여섯번 중에 두 번은 내가 술 먹는것 적당히 막으려고 마셨었으니
모르겠다.

인간에게 얽매이는 것, 어느새인가 '괜찮겠지 이정도는' 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
문자를 받고 생각했는데,
나는 정말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몸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매일 시체처럼 일어나 기계처럼 움직이고.

이유를 골똘히 생각했다.
이 삶이 최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러한 삶 안에서 최선을 찾는걸까

머리만 아프다가 꽤 간단하게 알아버렸다.

시체처럼 살아도 알아서 때마다 마리오네트의 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에
몸 피곤해서 사삭 째버리면 알아서 몸빵 대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공부가 머리아프다 싶으면 어느새 도서관에서 토론해주는 사람들에다,

그렇지. 이게 제일 편하니까.

균형이 어디엔가 어긋난 사람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
그리고 어디엔가엔 균형이 좀 어긋난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 거겠지.

정말 간단하게 한다면, 그냥 좋아서 살아가는 것.
완전한 마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 빈공간을 채울 재료를 꼭 자신의 안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포카전 길었다. 져서 아쉽긴 하지만 즐거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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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1 03:41 2003/09/21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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