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이에 관하여 생각하게 되다.
민영이 교생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처음에는 솜털이 풋풋한 애들로 보이더니 끝날 즈음 메일 오는 것들을 보니 머릿속은 (특정 부분에선) 다 컸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나는 선생이 된다면 좋은 선생은 되지 못할 것이다. 선생이 되면 첫마디가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 가 될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를 다니며 다 컸다고 생각했으며 중학교때에는 일부 어른들의 무지를 경멸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세상을 패기로 대했으며 대학에 와서는 인생이 시작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모든 것이 착각일 뿐임을 알고있고, 거울을 통해 본 내 머릿통에는 솜털이 아직도 붙어 있을 것을 짐작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해 전의 말과 행동을 후회했으나 지금은 하루 전의 말과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 인간이 자라는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진다. 언제 멈추어 버릴 지는 알 수 없으나 스무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격려를 해주어야 하는 선생의 입장에는 참 맞지 않는 사람이다. "너희는 동물이다. 몸도 동물이고 머리도 동물이다.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줄 아는 생물이다. 많이 잡아서 나이든 사람의 반은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대로 동물이지만 너희는 재론의 여지 없지 백프로 동물이다." 역시 이런 말로는 훌륭한 교사는 힘들것이다. 아직까지도 어린 사람이니, 어린 사람이 어린 사람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복하게 늙는 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다.
정말 오랜만에 본 수많은 TV 프로들이 돈-돈-돈- 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그 연결고리 안에 든 부조리를 참을 수 없었다. 돈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언제부터인가 인류가 물물교환의 편리를 위해 도입한 돈의 개념은 인류를 밟고 서서 인간을 내려다 보고 있다. 돈은 인간의 행복에 충분조건이었지만 이제는 마치 필요조건인 것처럼 보인다.
아침의 TV 특집에서 노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먼저 살아본 사람들을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배운다." 아. 쉽게 들리지만 정말 어려운 말이다... 시간은 유수와 같다는 말은 로맨틱한 말일 뿐이고 실제로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시간은 화살과 같다는 말이 정답이더라는 한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이들도록 행복하게 살고싶다. 노인들의 충고 내용 간단히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보면 '자식교육 후회하지 않도록 잘 시켜라' '외도는 절대 하지 말아라' '늙었다고 쉴 생각은 하지 말아라' '가족을 아껴라' 등등. 어느 것도 지금 나의 나이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충고들이다.
아직도 그만큼이나 어리다는 거겠지. 생각을 굳히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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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31 13:56 2004/05/3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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