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의 눈에는 전자 기기들과 굉장히 친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온라인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보수적인 부분이 있다.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책과 음반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결벽에 가깝다.
"아니 어떻게 책을 만져보지도 않고 몇 장 들춰보지도 않고 살 수 있지?"
모든 정보가 디지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구글 프레스나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등, 책을 디지털화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 그래서일까, 학교 서점이 문을 닫았다. 원래 학생 회관에 자리잡고 있던 컴퓨터실을 리모델링하여 '온라인 서점'으로 새로 문을 연다고 한다.
다람쥐과는 아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다. 읽고 싶은 책을 다 사는 것 보다 도서관 옆으로 이사가는 쪽이 더 싸게 먹힌다는 것을 굉장히 일찍 배웠다. 그렇다고 아예 책 구입을 끊고 살지는 못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신간을 신청해서 들어오는 데 걸리는 그 시간차를 견딜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한 두 권 정도는 책을 산다. 학교 근처에 서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출장이라도 가거나 시내를 갈 시간이 없으면 교내 서점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습관이 없는 편이다. 주위에 날갯짓을 하는 책들을 늘어놓는 습성이 있다. '지식의 원천이요 저자와의 간접적인 만남'이라는 것은 그냥 이야기이고, 돌아보면 책은 밥이다. 먹어야 사는 밥. 배고플 때는 닥치고 다 먹는 것이고, 배가 좀 부르면 맛있는 것을 찾아 헤매이게 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짐을 싸고 있는 교내 서점 앞을 지나갈때면 예전 학교 근처의 메가마트 옆에 입점해 있던 맥도날드가 문을 닫을때, 그 앞을 지나가며 와닿았던 그때의 느낌을 받는다. 아, 맥도날드. 당시에는 정크푸드일 뿐이라도 그나마 있어서 황감했었다.
어쨌든 꼬꼬마들이 뛰놀고 중고교 문제지가 전면에 깔리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급할 때 머리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었던 서점은 없어졌다. 오천권짜리 견본 서적이 있는 (오천권이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 학교 온라인 서점에 얼마나 익숙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국 손을 덜덜 떨며 예스24나 알라딘등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게 될 수도 있겠다.
세상이 효율에만 맞추어 변해가서는 안되겠지만 그렇게 변해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음반 매장에 이어 갈수록 사라지는 오프라인 서점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혹여 CD시대에 LP를 그리워하는 복고의 향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스스로 반문해 본다. 하나 분명한 점은 이러한 변화들은 '내'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계속 잃어가는 과정이다. 그저 그게 싫은 것일테다. 오프라인 인간의 발버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