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밖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나고 난리가 났는데 그냥 방에 앉아서 잠만 잤다. 길었던 한 주였고, 정말 피곤했던 한 주였다. 약간의 감기 기운과 함께 머리도 적당히 아파줘서, 아주아주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몇가지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글도 읽고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비를 뚫고 달려온 고필이한테 밥도 먹였다. 계획대로 서울에 갔었으면 빗줄기를 내다 보며 마루에 배 깔고 누워 놀 수 있었을테지만, 좁은 기숙사 안에서 뒤굴거리는 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았다.
내일이 17일이고, 공휴일인줄 몰랐기 때문에 집에 가고 싶은 연구참여생들 몽땅 붙잡아다 놓고 스터디 시키게 되어버려 미안하지만 어쩌랴. 날짜 감각 도로 잡고 다시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 모두를 하나씩 해 나가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