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을 세운다고 내내 바빴다. 수용이가 배를 신나게 째는 바람에 일주일가량 무지막지하게 해맸다. 결국 학교로 돌아와 제출 직전일까지 밤을 꼬박 세워서 겨우 마쳤다. 끝내기 전에 이수용씨는 집에 가버렸다. -_-; 학교로 돌아오면 죽을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기억이 지워질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사주든지.) 이번 경험으로 나에게 사람을 '갈구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짜증나는 상사나 보기싫은 고참이 될 수도 있겠군.
삼일 연속 하루에 평균 열한시간 정도를 자고 있다. 논문을 쓰면서 '나중에 꼭 그러고 말테다'고 다짐한 일이기도 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처음 한 일이 밤새 여행계획 짠 일이다보니 이제는 죽도록 잠만 자고 있다. 따뜻한 방에선 자도자도 졸린다. 깨서 점심먹고 책 약간 읽다가 저녁먹고 태권도 다녀와서 책 좀 읽고 영화를 보거나 하고 잔다. 간단한 인생. 해야할 일이 조금씩 쌓이고 있지만 조금은 더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 영원한 잠이 아니라면 자는건 보편적으로 좋은 일이다.
세상은 신기해서, 아마도 오래된 속담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은 인공위성과 핸드폰의 시대에도 여전하다. 물질이 변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사회가 변하는 속도는 그에 못 미친다. 이번 MBC 기자 접대 사건과 다양한 반응들을 보면서 어떤 신문들은 얼굴에 도금을 하고서는 좋아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인만큼 약간의 틈도 보이면 안된다. 이 말은 맞는 이야기지만 그 말이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질 상대적인 억울함까지는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환산되어가고 있는 시대이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켜가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속으로나마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