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엠티를 다녀왔다. 나름대로 '건강 여행'을 모토로 해서 꽤 보신을 하고 왔다. 콘도에 짐을 풀고 포항 일행을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틀었다. 저녁늦게 SBS 창사 특집 프로그램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주로 기존에 알고 있는 상식들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그 중 우리가 먹는 고기들이 어떻게 길러 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었다. 작게 나누어진 아주아주 큰 닭장에 병아리를 한 마리씩 집어넣고 모이를 뿌리면서 키운다. 잠이 들지 못하게 하루종일 전등을 켜놓는다. 한달이 조금 지나면 이제 막 닭의 모습을 조금 보이는 병아리들을 싹싹 쓸어서 담는다. 그리고 또 그 곳에 병아리를 집어넣고 키우고.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는 비관적인 눈으로 그 닭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닭은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면서 왜 우리 자신은 그렇게 보려고 하지 않는걸까. 사실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데. 방목해서 기른 닭과 닭우리에서 꼼짝도 못하며 길러진 닭의 가격차가 두 배가 넘게 난다고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방목한 닭이 좋다면,
대치동 일번지. 어느정도 '공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이름이다. 한국사회 학원의 요람. 방학도 없이 학원 수업을 들어가며 책상 위에서 웅크려 잠드는 수많은 아이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가격경쟁력' 을 잃기 때문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우리 나라를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 다른 나라의 교육이 우리 나라보다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방목할 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의 반값만큼도 안될 수 있다는 것 인정할 수 있을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막혀 사육된 환경에서 자란 닭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방목닭은 못된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한 대한민국 학생은 열린 생각은 못한다. 한다고 하는 생각도 본인의 착각. 케이지 안에서 자란 닭이 바깥을 내다보지 못하듯.
그렇지 않고 싶으면 몇십배 노력해야 하겠지. 식생활 못고쳐서 고생하던 다큐멘터리 안의 그 아이처럼.
영화 'chicken run' 의 주인공은 지금 KFC에서 치킨런 세트 할인 선전 피켓을 들고 벽에 붙어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