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다. 이제야 양자물리와 이산수학 수업까지 딱 두시간 끝났는데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꼬부기와 안수도 힘이 없다면서 식사를 위해 78계단을 잘도 내려가는데, 올라올것을 한 번 상상해 보고는 그냥 학과컴퓨터실에 있는 중이다.
체력안배를 잘못한건지 나른하다. 어제도 일찍이라면 일찍 (새벽 두시에) 잤는데, 아침에 황냥이 수업! 하고 문자보내서 정신차렸다. 기숙사자치회 workshop 다녀와서 토요일 일요일 내내 머리아플 정도로 잠을 잤는데도 여전히 피곤하다. 이제는 술을 마셔서는 안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어제는 아키텍처 실험이었다. 중간에 일본어 수업이 두 번 있어서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세시부터 시작된 실험이 열한시 반에야 끝났다. 그것도 뒤의 네시간은 CPU 설계를 잘못한 것이 아니라 조교님의 착각으로 전원 인가를 안했기 때문이었다. 반응없는 기판을 하릴없이 쳐다보며 원망과 기도를 동시에 부어보았지만 역시나 돌아가지 않는 CPU. 우기가 architecture 검사하는 동안 꽂은 이어폰에서는 패닉의 '희망의 마지막 조각' 이 흘러나왔다. (도대체 이런 타이밍은 누가 맞추는거야 -_- )
열하루나 집에 있다가 온지 한 달 되어간다. 하핫 약발 빨리도 떨어진다. 뭐 온몸에 힘은 없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