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 어제는 목요일 양자수업이 있는 날.
양자수업시간에 78계단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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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여름은 더워서 너무나 싫어하지만, 여름이 학교에 가져다주는 푸른색의 풍성함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햇빛색의 기숙사를 타고 올라가는 푸른 생명들. 문득 어디 가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숲속에서 얼마간 살면 도시에서와는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벌써 꽤나 지나버린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지만 그때의 경험들은 나를 차분하게 만드는 큰 추가 되어있다. 경험도 경험이지만 정말 깊이 체험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죽어있는 것은 없다는 느낌이었다. 깨달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숲을 보고싶었다. 문득, 양자수업을 들으러 가기가 싫어졌다. 숲을 느끼고 싶은데, 나무 하나하나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숲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러 가는것 같았다. 난 환원론에 회의적인 사람인가보다.
그냥 그렇게 있었다. 정신차리고 수업 들어가니 이십여분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리고 별다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저 놀았다. 만났다. 쉬었다. 열두시간을 아무런 생각없이 보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을 보고 있는걸까. 아무리 걸어도 끝나지 않을 넓은 숲속에서 모두가 자신의 숲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일까. 알고 싶었다. 알고싶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지의 영역인 것도 동시에 알고 있다.
그래서 약간은 우울한 하루였다. 즐거운 하루이기도 했지만 역시 아직까지도 자신의 감정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p.s.: 그리고 동시에 생활이 곤궁해지면 150원 자판기 율무차나 땅콩차를 뽑아 마시면서 공학 몇동 자판기가 가장 양이 많이 나오나도 찾아보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