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일 아침까지 살 생각이 없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발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연구실 출근은 안하고 롯데마트로 가서 NDSL 찾다가 못사고 (어째서 판매 광고지를 붙이고서는 정작 팔지 않는지 알 수 없지만) 1300K, 이마트를 전전한 끝에 결국엔 인터넷으로 그 날 주문하고 다음날 받아 보았다. 까만색 NDSL을 부여잡고 뇌단련 참 많이 했다...
구입한 소프트웨어는 뇌단련과 영문판 파이널판타지 3 정도이다. 옆 연구실의 길현형이 소프트웨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하나씩 빌려가면서 클리어 했는데, 이게 정말 무서운 물건이다. 게임할 시간 없이 살다 보니 어쩌다 산 PS2도 기숙사 휴게실로 가져다 놓고, 고필이가 보낸 게임큐브는 장농위에 박스째 모셔져 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켜면 놀이가 된다. 그러다보니 잠시 기다릴 때 놀고, 잠자기 전에 잠시 놀고, 기차타고 서울 갈 때 놀고, 지하철 탈 때 놀고, 집에 가서는 동생과 wifi로 마리오 카트 하고 놀고...
한 달 반 지나니 클리어한 게임이 이렇게 되었다. (클리어 한 순서대로)
- 트라우마 센터 (일어판으로는 초집도 카두케우스? 라고 하더라)
-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숨겨진 스테이지들까지 다 봐버렸다...)
- 파이널판타지 3
- 파이널판타지 4 (이건 게임보이 어드밴스용이라 팩이 좀 크다)
- 응원단
- Elite Beat Agent
- 마리오 카트
- Castlevenia - The portrait of ruins
- Kirby - Squeak Squad
뇌단련이나 테트리스 DS는 빼고 저정도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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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L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생각을 여럿 하게 된다. 포터블 기기의 반응속도와 아이디어 두 가지가 어떻게 attraction을 만들어 내는가?
동생에게는 PSP가 있었다.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NDS도 있었는데 (NDSL이 아니다), PSP와 함께 놓고 보면 열 명 중 아홉은 PSP를 고를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작 집에 가서 가끔 손에 잡아보는 포터블 기기는 투박한 NDS였다.
이유를 짚어보면 명확한 답이 나온다. 하나는 '열면 즐기는' 응답성이 광매체를 기반으로 한 PSP에 비하여 월등하게 뛰어났고, 스타일러스와 터치 패널을 이용하는 조작이 희한한 소프트웨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기기의 외관이나 그래픽은 PSP 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지만, '게임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기에 NDS가 손에 더 잡히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NDS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는데, 좀 지나니 NDSL이라는 디자인이 개선된 제품이 나오게 되고, 그래픽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PSP과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질 부분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니 폭발적으로 팔려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진짜 안산다'고 다짐까지 한 사람이 발매일 아침에 마트를 헤메게 만드니까.
요약하면, 훌륭한 product은 attraction이 강해야 한다. attraction의 요소는
- 합목적성
- 응답성
- 기능성
-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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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서 슈퍼마리오 64 DS나 하고 자야겠다.
도대체 누가 맵 디자인을 하면 동일한 3차원 공간을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변용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걸까.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