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SL 후 한 달 반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7/03/09 00:56 | inureyes
1월 중순에 닌텐도 코리아에서 NDSL(Nintendo DS lite) 을 대행 수입이 아닌 형태로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Wii를 꼭 해보고 말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NDSL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는데, Wii는 2007년 말에나 우리 나라에 정식 발매 한다고 하고, 옆 연구실의 길현형은 계속 NDSL 사라고 꼬시고 해서, 결국 Wii 사려고 부었던 적금(이래봤자 한달에 5만원씩 6달짜리 서랍속 적금이었다)을 깨서 발매일 다음날 NDSL을 구입하였다.

발매일 아침까지 살 생각이 없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발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연구실 출근은 안하고 롯데마트로 가서 NDSL 찾다가 못사고 (어째서 판매 광고지를 붙이고서는 정작 팔지 않는지 알 수 없지만) 1300K, 이마트를 전전한 끝에 결국엔 인터넷으로 그 날 주문하고 다음날 받아 보았다. 까만색 NDSL을 부여잡고 뇌단련 참 많이 했다...

구입한 소프트웨어는 뇌단련과 영문판 파이널판타지 3 정도이다. 옆 연구실의 길현형이 소프트웨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하나씩 빌려가면서 클리어 했는데, 이게 정말 무서운 물건이다. 게임할 시간 없이 살다 보니 어쩌다 산 PS2도 기숙사 휴게실로 가져다 놓고, 고필이가 보낸 게임큐브는 장농위에 박스째 모셔져 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켜면 놀이가 된다. 그러다보니 잠시 기다릴 때 놀고, 잠자기 전에 잠시 놀고, 기차타고 서울 갈 때 놀고, 지하철 탈 때 놀고, 집에 가서는 동생과 wifi로 마리오 카트 하고 놀고...


한 달 반 지나니 클리어한 게임이 이렇게 되었다. (클리어 한 순서대로)
  • 트라우마 센터 (일어판으로는 초집도 카두케우스? 라고 하더라)
  •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숨겨진 스테이지들까지 다 봐버렸다...)
  • 파이널판타지 3
  • 파이널판타지 4 (이건 게임보이 어드밴스용이라 팩이 좀 크다)
  • 응원단
  • Elite Beat Agent
  • 마리오 카트
  • Castlevenia - The portrait of ruins
  • Kirby - Squeak Squad
지금은 슈퍼마리오 64 DS를 하는 중. 자기 전에 30분 하는데 별 16개 모았다.
뇌단련이나 테트리스 DS는 빼고 저정도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하려나.

*

NDSL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생각을 여럿 하게 된다. 포터블 기기의 반응속도와 아이디어 두 가지가 어떻게  attraction을 만들어 내는가?

동생에게는 PSP가 있었다. 굉장히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NDS도 있었는데 (NDSL이 아니다), PSP와 함께 놓고 보면 열 명 중 아홉은 PSP를 고를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작 집에 가서 가끔 손에 잡아보는 포터블 기기는 투박한 NDS였다.

이유를 짚어보면 명확한 답이 나온다. 하나는 '열면 즐기는' 응답성이 광매체를 기반으로 한 PSP에 비하여 월등하게 뛰어났고, 스타일러스와 터치 패널을 이용하는 조작이 희한한 소프트웨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기기의 외관이나 그래픽은 PSP 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지만, '게임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기에 NDS가 손에 더 잡히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NDS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는데, 좀 지나니 NDSL이라는 디자인이 개선된 제품이 나오게 되고, 그래픽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PSP과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질 부분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니 폭발적으로 팔려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진짜 안산다'고 다짐까지 한 사람이 발매일 아침에 마트를 헤메게 만드니까.


요약하면, 훌륭한 product은 attraction이 강해야 한다. attraction의 요소는
  • 합목적성
  • 응답성
  • 기능성
  • 창의성
이 될 것이다. 나머지 요소는 시간이 갈 수록 바래지만 위의 요소들은 시간이 갈 수록 중요해진다.

*

아무튼 그래서 슈퍼마리오 64 DS나 하고 자야겠다.
도대체 누가 맵 디자인을 하면 동일한 3차원 공간을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변용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걸까.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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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9 00:56 2007/03/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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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훌륭한 이러닝 콘텐츠는...

    Tracked from e-learning blog : 이러닝 블로그 2007/03/09 10:58

    (중략) 요약하면, 훌륭한 product은 attraction이 강해야 한다. attraction의 요소는(출처 : Forest) 합목적성 응답성 기능성 창의성 그렇다면 훌륭한 이러닝 콘텐츠는 합목적성 → 콘텐츠의 사용 목표가 뚜렷하고, 각 모듈별 학습 목표가 뚜렷한 것? 응답성 → 콘텐츠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이 다양하고 활발한 것? 기능성 → 학습을 위한 사용성과 자기조절학습을 위한 기능이 잘 구성되어 있는 것? 창의성 → 학습내용..

  2. NDSL 차기모델 이나영.. 지름신이 꺼낸 마지막 카드. .T.T

    Tracked from McFuture.net 2007/03/12 17:57

    출처 : http://www.nintendo.co.kr오전에 외부 미팅 후 뒤늦게 회사에 들어온 사이 한바탕 소동이 있었나보다.. 다름아닌 NDSL 차기모델로 발탁된 이나영때문.. 본인 역시 이름뿐인 팬클럽 회원이지만 이나영의 팬으로서 이번 NDSL의 모델은 정말 확실하게 마케팅 포인트를 못박은게 아닌가 생각이 듬.. 나도 모르게 리체님 블로그에서 소스보기를 통해 위 동영상 파일을 불펌하고 있음을 포스팅에 붙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