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에서 은진의 연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왔다. 기존에 정량화 되지 않았던 양을 정량화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복수 전공이 학문에 도움을 주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장점이 이것저것 많지만 가장 큰 도움은 생각하는 방법을 두 가지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당연하다거나 굉장히 좋다고 하는 방법과 결과물도 허점 투성이로 보일 때가 있고, 컴퓨터공학과에서 이렇게 접근해서 코딩하거나 이론을 세우자 할 때 그게 한참을 돌아가는 길로 보이기도 한다. 둘 다 이상하게만 만드는 것 같지만, 동시에 각각의 학문에 완전히 다르게 접근하는 길이 되어 주기도 한다.
상담아닌 상담을 하고 있으려니 전산물리 조교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학생들 프로젝트 때문에 일대일 면담을 했었다. 열 팀을 모두 다른 내용으로 면담하려니 굉장히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들여다 본 연구나 책들이 많아서 알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말 도와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 하고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 해야 하는 방법론이었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보면 세상에는 모르는 것들 투성이이다. 모든 것들이 '이유'를 알려달라고 외친다. 그런데 공학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그 중 문제로 '정의' 해서 '수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적다. 하지만 아직 '문제'로 정의되기 힘든 상황에서 물리학자들은 '문제'라고 인식하고 분석을 시작한다. 어떤 시계열이 존재하는 것과 그 시계열에서 의미를 뽑아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통계 물리학의 가장 무서운 점이며,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점이다. 대상을 분명히 정의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속성을 정확히 끄집어 내는 것은 컴퓨터 공학과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진짜 재미있는 논문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1
오늘 나눴던 이야기는 그 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움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아는 것이 적으니 방법론적 이야기로라도 도움을 주어야...) 그나저나 내 논문은 언제 다 완성하나 걱정이다. 이게 끝도 아니고 쓸거 두 개나 더 있는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