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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24 inureyes 닭다리와 어머니들 6
태권도장 성인반을 다니다 보면 수많은 어머니들과 운동을 하게 된다. (이름도 '어머니 교실' 이다.) 결혼한지 오래 안되신 새댁분도 계시고, 아들내미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은 예비 할머니도 계신다. 어머니들 태권도 한다면 별 것 아닐것 같이 생각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2단 이상의 유단자이다.

수요일에 사범님께서 23일 초등학교 태권도 시범 관계로 무지무지 피곤하셔서 운동을 안 하셨다. 그래서 30분정도 준비 운동을 한 다음 열여섯명이서 한 편에 여덟명씩 팀을 나누어 피구를 했다. 진쪽이 닭값을 2000원씩 내고, 이긴쪽은 1000원만 내는 경기였다. '어머니들은 아가씨들에 나이만을 더한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중학교 체육시간 같은 살벌한 경기 분위기. 시끄러웠고 무서웠다.

어찌어찌하여 경기가 끝나고 주문한 맥주와 통닭이 왔다. 어머니들께서는 주욱 둘러앉아 통닭을 드시기 시작했다. 이렇게 저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냥 편하게 먹기만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단순히 '나이 먹은 아가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닭을 몇 마리씩 시켜 먹으면서 닭다리는 안드시고 날개나 몸통이나 목부터 드신다. "아이고 왜들 다들 다리는 안먹어" "나는 날개가 더 좋더라" 등등의 이야기가 시끌벅적했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몇몇 대화는 귓속에 들어와 머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언제 먹어 봤어야 다리를 먹지." "맨날 먹던게 제일 맛있지."

...누가 어머니들에게서 닭다리를 빼앗았을까.

먹던 맥주가 닭하고 만나 순간 목구멍을 꽉 메우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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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4 02:49 2004/09/24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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